손익계산서로 사람을 만나는 시대

  • 등록 2026.07.06 20: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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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를 계산하는 사회,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제이앤엠뉴스 | 우리는 언제부터 사람을 만나기 전에 먼저 계산기를 꺼내는 사회가 되었을까.

 

누군가를 만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 사람을 만나면 내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반대로 관계가 어려워질 때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간관계가 마음보다 손익계산으로 움직이는 시대다.

 

물론 합리적인 판단은 필요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능력이다. 문제는 합리성이 어느 순간 사람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관계를 투자와 회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자산'이나 '도구'가 된다.

 

최근 사회에서는 '가성비', '효율', '실속'이라는 단어가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문화는 소비를 넘어 인간관계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함께하는 시간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해졌고, 진심보다 인맥의 가치가 먼저 평가되며, 대화보다 명함의 무게가 관계를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지나친 계산이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예민한 존재다. 상대가 진심으로 다가오는지, 아니면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지를 의외로 빠르게 느낀다. 계산된 친절은 오래가지 못하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감을 남긴다. 결국 가장 큰 손해는 계산을 시작한 사람이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을 알게 될 수는 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사람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친절을 보면 먼저 의도를 의심하고,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게 서로를 경계하는 문화가 반복될수록 협력은 줄어들고, 공동체는 점점 더 메말라 간다.

 

인간관계는 계약이 아니다. 모든 호의가 즉각적인 보상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또 다른 배려를 낳고, 진심 어린 신뢰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히려 계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뢰를 선택한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그 신뢰는 위기의 순간 가장 큰 자산이 되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을 무조건 믿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건강한 경계는 필요하고, 반복적으로 이용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관계에서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만남을 손익계산서 위에 올려놓는 태도는 결국 자신까지도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더욱 필요한 능력은 계산이 아니라 공감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손익을 떠나 함께 웃고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은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효율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은 효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가장 많은 이익을 준 사람이 아니라, 가장 큰 진심을 보여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계산 능력이 아니라, 계산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용기일지 모른다.

이지호 기자 ljg9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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