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은 매일 하는데, 속마음 털어놓을 사람은 줄었어요”

  • 등록 2026.07.26 15: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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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은 쉬워졌지만 관계는 어려워진 시대… 한 직장인이 말하는 ‘사람과 적당히 가까워지는 법’

 

제이앤엠뉴스 | 휴대전화에는 수백 명의 연락처가 있고, 메신저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인다. SNS를 열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일상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 연결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그런데 정작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은 줄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A씨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경험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별다른 약속 없이 만나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눴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인간관계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A씨에게 요즘의 인간관계와 ‘적당한 거리’에 대해 물었다.

 

 

Q.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나요?

 

“오히려 연락하는 사람의 숫자만 보면 늘어난 것 같아요. 회사 사람도 있고, 예전 친구들도 있고,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확실히 줄었어요. 연락하는 사람과 가까운 사람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Q.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각자 생활 패턴이 달라지잖아요. 결혼하는 친구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요. 예전에는 ‘오늘 뭐 해?’ 한마디면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번 만나려면 몇 주 전부터 시간을 맞춰야 해요.”

그는 물리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줄어든 것보다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Q. SNS나 메신저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요?

 

“분명 도움이 되죠. 몇 년 동안 못 본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상대방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착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A씨는 SNS에서 친구의 여행 사진과 근황을 계속 보고 있었지만, 어느 날 마지막으로 직접 대화를 나눈 시점을 떠올려보고 놀랐던 경험도 있다고 했다.

“매일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1년 넘게 대화를 안 했더라고요. 그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는 서로의 근황은 아는데 서로의 마음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Q. 인간관계에서 피로를 느낄 때도 있나요?

 

“예전에는 연락이 뜸해지면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괜히 먼저 연락해야 할 것 같고, 생일이나 경조사를 놓치면 미안했고요. 그런데 모든 관계를 같은 온도로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는 한동안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을 자신의 문제처럼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에도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누군가와 가까웠다는 사실이 평생 같은 관계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당시에는 정말 친했지만 서로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는 거죠.”

 

 

Q. 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오랜만에 연락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요.”

의외로 단순한 답이었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반대로 제가 힘들 때 연락해도 ‘왜 이제 연락했어?’라고 따지기보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요. 요즘은 그런 관계가 진짜 가까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는 부분도 있나요?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연락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갑자기 연락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제가 그런 연락을 받으면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잘 지내?’ 정도라도 먼저 보내려고 해요.”

다만 모든 관계를 붙잡으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멀어지는 사람까지 붙잡으려고 했어요. 지금은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도 해요. 대신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는 표현하려고 하고요.”

 

 

Q. 지금 생각하는 좋은 인간관계란 무엇인가요?

 

A씨는 잠시 생각한 뒤 ‘편안함’이라고 답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유지되는 관계는 오래 가기 힘든 것 같아요. 성공했을 때만 찾는 사람보다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만나도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메시지는 몇 초면 도착하고,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결의 숫자가 관계의 깊이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A씨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예전에는 친구가 많으면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달라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다면 충분한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으면서도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는 시대. 어쩌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몇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지호 기자 ljg9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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