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조상의 역사’ 후손에게 어디까지 물을 수 있나

  • 등록 2026.08.11 14: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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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사실관계 정정·사과…개인의 책임과 역사적 기록 구분하는 신중한 접근 필요

 

제이앤엠뉴스 |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만날 예정이다. 오는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 인터뷰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논란은 한 배우의 가족사를 넘어 조상의 역사적 행적과 후손 개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남기고 있다.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자신의 집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영은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밝히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에서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의원을 열었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이 언급한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자료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기된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자료 확인 이후 소속사는 하루 만에 입장을 정정했다. 소속사는 증조부 안상호가 1916년 결성된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앞서 성급하게 답변한 데 대해 사과했다.

 

알려진 기록에 따르면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의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귀국 이후 순종 전의와 이왕직 촉탁의 등을 지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서 ‘내선일체의 모범사례’로 소개된 기록도 전해졌다.

 

다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확인된 자료의 범위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안상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자료만으로 독립운동을 직접 방해하는 등의 행위까지 확인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논란에서 무엇보다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은 증조부의 행적과 하영 본인의 책임이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은 필요하다. 과거 친일 행적 역시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관계를 외면하거나 축소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개인이 태어나기 이전 조상이 했던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까지 후손에게 그대로 물을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하영이 증조부의 행적에 직접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의 출발 역시 자신의 가족사를 방송에서 소개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배우 개인의 가치관이나 현재의 삶까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공적인 방송에서 역사적 인물과 가족사를 소개할 때 보다 충분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의 사회적 활동을 소개할 경우 개인이나 소속사뿐 아니라 이를 콘텐츠로 전달하는 제작 과정에서도 확인 가능한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속사의 초기 대응 역시 비슷한 교훈을 남긴다. 논란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입장을 내놓는 것보다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뒤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첫 입장을 하루 만에 정정하는 상황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영의 조부인 고 안부호 전 가톨릭대 의과대학 주임교수가 과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안 교수는 1949년부터 1954년까지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과거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정관수술 등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 교수가 해당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단순히 같은 시기에 해당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행위를 추정하거나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확인하되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자신의 조상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방식의 비난은 또 다른 형태의 연좌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역사적 사실 자체를 후손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기록과 검증까지 회피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두 문제는 함께 성립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평가하되, 그 책임은 실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4일 예정된 인터뷰는 논란 이후 하영이 처음으로 취재진과 직접 만나는 자리다. 다만 본래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작품 홍보 일정인 만큼 가족사 논란이 배우의 작품 활동 전체를 삼키는 상황 역시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이 한 배우의 조상을 둘러싼 공방에만 머무르기보다 우리 사회가 역사적 과오를 어떻게 기억하면서도 그 책임을 현재의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전가하지 않을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과 후손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 과거 인물의 책임과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의 삶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태도가 과거를 더 성숙하게 기억하는 방법일 수 있다.

강서진 기자 phantom6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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