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쉬는 날에도 마음은 출근 중…우리는 왜 ‘제대로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나

  • 등록 2026.08.29 19: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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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연락부터 자기계발 압박까지 일상이 된 생산성 경쟁…휴식하면서도 불안해지는 사람들

 

제이앤엠뉴스 | 분명 오늘은 쉬는 날이다. 회사에도 가지 않았고 컴퓨터도 켜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편하지 않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혹시 회사에서 온 연락은 아닌지 확인하게 되고, 읽지 않은 업무 메시지가 떠오른다. 다음 주에 처리해야 할 일도 생각난다.

 

겨우 업무 생각을 떨쳐내면 이번에는 다른 불안이 찾아온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까.’

책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고, 운동을 해야 할 것 같고, 자격증이나 외국어 공부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쉬는 시간마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직장인의 퇴근은 더 이상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업무 메신저가 일상화되면서 회사와 개인 생활을 나누던 물리적인 경계가 희미해졌다. 사무실 밖에서도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업무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이것만 확인해 주세요.”

 

보내는 사람에게는 몇 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부탁일 수 있다. 그러나 쉬고 있던 사람에게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다시 업무 시간이 시작된다.

문제는 회사의 일이 없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휴식조차 생산성의 언어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자는 것도 ‘내일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도 ‘자기관리’, 여행과 취미 역시 새로운 경험과 성장을 위한 활동으로 의미가 붙는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왠지 낭비처럼 느껴진다.

 

주말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답하면 스스로 게으르게 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휴식의 목적은 반드시 더 잘 일하기 위한 준비여야 할까.

사람은 기계처럼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집중하는 시간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하다.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하루를 흘려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가 끊임없이 성과와 성장, 효율을 요구할수록 이러한 시간에도 죄책감이 따라붙는다.

결국 몸은 소파에 누워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출근이 계속된다.

회사 업무가 떠나면 자기계발이 들어오고, 자기계발을 내려놓으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 자리를 채운다.

진짜 ‘워라밸’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퇴근 이후의 시간을 회사가 침범하지 않는 문화와 함께 개인 스스로도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시간을 실패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다.

휴일에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다고 해서 그 하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쉴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계획이 아니라, 쉬는 동안만큼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회적 여유일 수 있다.

회사에서는 퇴근했는데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업무 중이고, 쉬면서도 쉬는 자신을 걱정한다면 휴일은 더 이상 온전한 휴일이 아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퇴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휴식은 시작된다.

김경미 기자 mee80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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