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발사 중 폭발한다면?…고흥서 ‘우주물체 추락 복합재난’ 실전 훈련

  • 등록 2026.09.03 1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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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잔해 육상·해상 낙하해 산불·연료 유출 발생 상황 가정…우주항공청 등 19개 기관 합동 대응체계 점검

 

제이앤엠뉴스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 도중 비정상 상황에 놓인다. 비행을 강제로 종료하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발사체는 고흥 인근 상공에서 폭발한다.

파편은 육지와 바다로 흩어진다.

육상에 떨어진 잔해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산불로 번지고, 해상에서는 발사체 연료가 유출된다.

 

실제 사고가 아니라 우주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설정한 훈련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은 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인공우주물체 추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모두 19개 기관이 참여했다.

 

‘발사 실패’ 이후 벌어질 상황까지 훈련한다

이번 훈련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우주발사체 자체의 비상상황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까지 하나의 시나리오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가상 상황에서는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비행종단시스템(FTS)이 작동한다.

FTS는 발사체가 정상적인 비행경로를 크게 벗어나는 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비행을 강제로 종료하는 안전장치다.

 

훈련에서는 FTS 작동 이후 발사체가 고흥군 인근 상공에서 폭발하고 파편이 육상과 해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했다.

문제는 발사체가 파괴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잔해가 산이나 민가 주변에 떨어질 경우 화재와 산불로 이어질 수 있고 바다에 추락하면 잔여 연료 등에 따른 해양오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잔해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파악하고 위험물질 여부를 분석해야 하며 주변 지역의 출입과 해상 이동을 통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나의 우주사고가 소방과 환경, 해양, 교통 등 여러 분야의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실과 사고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

이번 훈련은 토론훈련과 실제 현장훈련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훈련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파하는 단계부터 위기경보 발령과 상황 판단, 비상대응기구 운영, 사고 수습 및 복구에 이르는 전체 지휘체계를 점검했다.

현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대응이 이어졌다.

 

추락한 잔해의 위치를 확인하고 파편을 분석하는 한편 화재와 산불 발생 상황에 대응했다.

해상으로 잔해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주변 해역을 통제하고 연료 유출에 대비한 방제 작업을 진행하는 등 각 기관이 맡은 역할과 기관 간 협업체계를 확인했다.

실제 우주재난이 발생하면 하나의 기관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주재난은 우주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인공우주물체 추락’이라고 하면 수명을 다한 위성이나 로켓 잔해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상황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위험은 궤도에 진입한 이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발사체가 지상을 떠나는 순간부터 사고 가능성은 시작된다.

우주항공청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궤도상 물체의 추락뿐 아니라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이번 훈련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실제 사례도 발생했다.

2024년 일본에서 발사된 카이로스 로켓은 이륙 직후 폭발하면서 발사장 주변에 파편이 떨어졌고 화재가 발생했다.

2025년 미국 스타십 역시 비행 중 파괴되면서 잔해가 넓은 지역에 낙하했고 주변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발사체 사고가 우주산업 내부의 기술적 실패에 그치지 않고 지상의 안전과 교통,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주개발이 늘어날수록 ‘실패에 대비하는 기술’도 중요해진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발사되는 로켓과 위성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누리호를 비롯한 발사체 개발과 위성 운용, 민간 우주산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주산업의 성장 과정에서는 성공적인 발사 기술이 가장 큰 관심을 받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실패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발사체의 비행을 안전하게 종료하는 기술부터 잔해의 궤적을 추적하고 추락 지점을 파악하는 기술, 지상에서 발생한 화재와 환경오염을 수습하는 체계까지 모두 우주개발 인프라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특히 나로우주센터처럼 실제 발사가 이뤄지는 시설 주변에서는 지역 주민과 해상 선박, 항공기 등의 안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최근 우주활동이 증가하면서 인공우주물체의 추락과 충돌에 대비한 국가적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훈련을 통해 관계기관의 대응체계를 면밀하게 점검했다며 우주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주개발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은 로켓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그러나 안전을 책임지는 시스템은 그 반대의 상황까지 준비해야 한다.

 

발사체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뿐 아니라,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지상으로 떨어졌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우주개발이 일상적인 산업으로 확대될수록 ‘성공적인 발사’만큼 ‘실패에 안전하게 대응하는 능력’도 국가 우주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김경미 기자 mee80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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