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행정만으로 찾을 수 있을까…거창군이 ‘현장’과 마주 앉은 이유

  • 등록 2026.09.08 16: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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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 관계자들과 통합돌봄·공유냉장고까지 논의…‘찾아오는 복지’ 넘어 위기가구 먼저 발견하는 체계로

 

제이앤엠뉴스 | 복지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지원 기준을 알지 못하거나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혹은 기존 제도의 기준만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위기가구는 여전히 지역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행정과 현장을 연결하는 촘촘한 구조가 필요하다.

 

경남 거창군이 사회복지 현장 관계자들과 직접 마주 앉아 지역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거창군은 지난 7일 종합사회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홍기 거창군수를 비롯해 공혜영 경남사회복지사협회 거창군지회장, 유수상 거창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등 26명이 참석했다.

 

논의의 중심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복지’가 있었다.

간담회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체계 강화부터 조례에 근거한 현장 실태조사, 거창형 통합돌봄 사업 활성화, 공유냉장고 운영 방식 개선까지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여러 현안이 다뤄졌다.

이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지역 복지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행정기관이 보유한 각종 자료를 통해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지만 모든 위기 상황이 숫자와 기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돌봄 공백이나 사회적 고립처럼 외부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주민과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하는 현장 인력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행정기관이 제도와 자원을 마련한다면 현장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과 연결하는 접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거창군이 이번 간담회에서 조례에 근거한 현장 실태조사와 복지 사각지대 발굴체계를 함께 논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통합돌봄 역시 같은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고령자나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요양, 생활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주민 한 명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여러 지원체계를 연결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핵심이다.

 

따라서 ‘거창형 통합돌봄’이 실제 주민에게 체감되는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기관뿐 아니라 복지기관과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유냉장고 운영 방식 개선이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공유냉장고는 주민이나 단체 등이 식품을 나누고 필요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밀착형 복지 방식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사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민이 일상에서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역 공동체 기반 복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다만 식품의 위생과 안전 관리, 이용 접근성, 기부 물품 관리 등 운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날 참석자들이 현장의 애로사항뿐 아니라 안전성 확보 방안까지 함께 논의한 이유다.

 

결국 지역 복지의 실효성은 새로운 사업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이미 마련된 제도가 필요한 주민에게 실제로 도달하는지,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가 행정에 전달되는지, 다시 정책 개선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 역시 현장의 요구를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의견이 실제 다음 연도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활동하는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거창형 복지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현장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제시된 건의사항을 내년도 업무계획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반영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스스로 행정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복지는 ‘찾아오는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를 넘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발견하는 구조’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거창군이 현장 관계자들과 논의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통합돌봄, 공유냉장고 역시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지역사회가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다.

이정은 기자 jeonge.lee@jnm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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