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법령 검토도 AI가 돕는다… 정부, 전 부처 대상 ‘AI 법령 비서’ 시범 운영

판례·법령·자치법규 기반으로 법적 질문에 즉시 응답… 행정 속도 높이되 최종 판단은 공무원이 담당

 

제이앤엠뉴스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정책을 기획하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령과 판례를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무원의 법률 검토 업무를 지원하는 ‘AI 법령 비서’​를 공동 개발하고 7월 14일부터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비스는 행정 내부망의 AI 대화 공간인 ‘온AI 실험실’을 통해 제공된다.

 

AI 법령 비서는 공무원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상적인 문장으로 법적 질문을 입력하면 관련 법령과 행정규칙, 자치법규, 판례를 찾아 답변과 검토 근거를 제시하는 업무 지원 도구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국가법령정보센터와 판례 자료를 개별적으로 검색하고 관련 조항을 비교해야 했지만, AI를 활용하면 필요한 자료를 찾는 초기 검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서비스에는 대법원 판례 약 6만 건과 법령·행정규칙 관련 자료 약 24만 건이 탑재됐다. 서울과 인천, 대전, 세종, 경기도 등 5개 시도의 자치법규 약 5만 건도 우선적으로 검색증강생성, 이른바 RAG 체계에 추가됐다.

 

RAG는 AI가 일반적인 학습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전에 연결된 자료를 검색한 뒤 그 내용을 근거로 답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실 오류를 줄이고, 실제 법령과 판례에 기반한 답변을 제공하기 위한 구조다.

 

서비스가 한 달 만에 실무 단계까지 개발된 배경에는 이미 구축돼 있던 범정부 AI 공통기반이 있다. 법령정보 RAG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마련된 상태에서 법제처의 법령 입안·해석 업무 체계를 결합해, 별도의 대규모 개발사업 없이 공무원들이 직접 업무용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AI 도입 방식에도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에는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외부 전문업체와 장기간의 개발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지만, 공통 AI 기반과 업무 데이터가 갖춰지면 현장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AI 법령 비서는 정책 기획과 입안, 집행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찾거나 유사 판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역시 조례와 상위 법령의 관계를 살피거나 행정처분의 근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AI가 제시한 답변이 법제처의 공식 법령해석이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해당 답변을 담당 공무원의 중간 검토 자료로만 활용하도록 하고, 최종 결정은 관련 법령과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한 뒤 사람이 내리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법령은 조문의 문언뿐 아니라 입법 취지와 적용 대상, 관련 판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법률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답변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담당자가 이를 재검증하는 절차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이번 서비스의 성패 역시 단순한 답변 속도보다 정확성과 최신성, 근거 제시 능력에 달려 있다. 법령과 행정규칙은 수시로 개정되고 판례도 계속 축적되는 만큼, 데이터의 지속적인 갱신과 잘못된 답변을 발견·수정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법의 해석과 집행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인 만큼 AI 법령 비서를 통해 공무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절약된 시간을 국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서비스를 공공부문의 AI 전환을 통한 새로운 행정 모델로 평가했으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실제 행정 현장에 적용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AI 법령 비서’는 단순히 법령을 대신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를 넘어 공무원이 직접 AI 업무도구를 만들고 활용하는 행정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향후 시범 운영 과정에서 정확성과 책임성까지 확보한다면, 반복적인 검토 업무를 줄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는 공공 AI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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