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일이 몰린다. 맡은 일을 제시간에 끝내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누군가 놓친 부분까지 알아서 챙기는 사람에게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을 잘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일이 주어지고, 책임감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몫까지 맡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질문이 생긴다.
왜 열심히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또 다른 일이어야 할까.
조직에는 종종 묘한 역설이 발생한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는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낮은 기준이 적용된다. 평소 일을 잘하던 사람이 한 번 실수하면 “왜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늘 실수가 잦았던 사람이 무난하게 업무를 마치면 “이번에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기대의 차이가 평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군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조직은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그 일을 대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부분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한 사람이 일을 놓는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처리한다. 문제가 해결된다. 조직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려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은 잘못된 학습을 시작한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대신, 책임을 다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고, 독촉하지 않아도 마감일을 지키며, 문제가 생겨도 결국 해결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 입장에서는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효율은 장기적인 건강함과 다르다.
처음에는 “내가 조금 더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지친다. 자신의 업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수까지 수습하고, 책임지지 않아도 될 문제까지 책임지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쉽게 일을 내려놓지 못한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일이 멈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성실한 사람이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책임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임감은 누군가의 부족한 몫을 끝없이 대신해주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몫을 감당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런데 조직이 개인의 책임감을 당연한 자원처럼 사용하기 시작하면 성실함은 장점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저 사람에게 맡기면 어떻게든 한다.”
칭찬처럼 들리는 이 말은 때로 위험하다. 그 사람이 왜 계속 ‘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지는 묻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은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주는 조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조직이어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메우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몫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추가적인 책임을 맡겼다면 그에 걸맞은 권한과 보상 역시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성실한 사람의 인내심을 조직 운영의 시스템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짊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지친다. 그리고 조직에서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이 의외로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많은 일을 해왔던 사람인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업무가 아니다.
자신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확신, 책임이 공정하게 나누어지고 있다는 신뢰, 그리고 더 많은 책임을 맡았다면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구조다.
누군가 한 사람의 책임감으로 유지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사람이 멈추는 순간 조직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오래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몇몇 사람의 희생이 아니다. 각자의 몫을 각자가 책임지는 것.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어버리는 그 원칙이 조직을 가장 오래 움직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