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년, 정규앨범 ‘낯설었다, 어른이었다’…청춘의 끝에서 기록한 열두 개의 이야기

『다시는 별이 되지 않겠습니다』 저자 시소년, 사랑과 상실·가족·서울을 지나온 12곡의 이야기

 

제이앤엠뉴스 | 아티스트 시소년(XISONYEON)이 정규앨범 ‘낯설었다, 어른이었다’를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상실과 사랑, 후회와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른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도, 처음 월급을 받았을 때도, 어느 순간 자신의 나이를 실감했을 때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완전한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책임져야 할 것은 많아지고 돌아갈 곳은 하나씩 줄어드는 과정에서 뒤늦게 자신이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의 청춘에게 ‘성장’은 반드시 위로 올라가는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꿈꾸던 삶에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지만, 원했던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가족을 떠나보내고, 생계를 위해 원하지 않았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시소년(XISONYEON)은 이러한 감각을 조금 독특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제게는 비상보다 낙하에 가까웠습니다.”

최근 발표한 첫 정규앨범 『낯설었다, 어른이었다』를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는 모두 12곡이 담겼다. 하지만 각각의 노래를 단순히 사랑이나 이별, 가족을 소재로 한 독립된 곡으로만 바라보면 앨범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읽기는 어렵다.

곡마다 말을 건네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공백과 아름다움에서 시작해 마지막과 젊음, 사별과 내면, 세상과 후회, 그리움과 도시를 지나 마지막에는 자신의 ‘생애’를 바라본다.

그 순서는 묘하게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닮았다.

 

처음에는 세상을 바라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뿐 아니라 자신이 남긴 상처까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선택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괜찮아, 괜찮아’에서 시소년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한다.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와 끝내 전하지 못했던 감사, 사랑을 뒤늦게 꺼내놓는다.

어릴 때 부모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동시에 부모 역시 나이를 먹고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늙어가는 모습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선명하게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앨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은 ‘서울’이다.

‘그래요, 서울입니다’에서 서울은 단순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꿈을 가지고 모여들지만 동시에 경쟁과 현실을 가장 먼저 배우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청춘에게 도시는 기회의 장소이면서 생존의 장소다.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왔지만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병행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낭만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실적인 계산부터 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한때 선명했던 꿈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청춘을 실패의 시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젊음의 불 위에서 춤을’에는 오히려 지나고 나서야 알아본 청춘이 있다.

당시에는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 벅찼던 시간이 훗날 돌아보니 가장 젊었던 날이었다는 역설이다. 상처가 없었던 시절이 청춘이 아니라, 상처를 입고도 다시 살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 청춘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12곡을 지나 도착하는 마지막 트랙 ‘사계절처럼’에서 시선은 결국 삶 전체로 향한다.

사랑하고, 잃고, 뒤늦게 깨닫고, 때로는 웃고 울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생애는 충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남는다.

 

이러한 시선은 시소년이 2024년 발표한 시·에세이집 『다시는 별이 되지 않겠습니다』와도 이어진다.

당시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청춘과 구태 사이 어른이 되었다’였다. 책에서 문장으로 고민했던 ‘어른’이라는 문제는 2년 뒤 『낯설었다, 어른이었다』라는 음악으로 다시 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사이에도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가르치지도 않는다.

대신 사랑했던 사람과 떠나간 가족, 젊었던 자신과 살아가는 도시를 하나씩 바라본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게 되는 일이 아니라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낯설었다, 어른이었다』가 던지는 질문은 시소년 한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는 취업하면서 어른이 되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어른이 됐다. 또 누군가는 부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처음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여전히 언제 자신이 어른이 되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우리는 흔히 청춘을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작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청춘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불안하고, 서툴고,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훨씬 많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을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소년은 그것을 ‘비상’이 아니라 ‘낙하’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낙하하면서도 사람은 사랑하고, 노래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낸 시간 끝에서 비로소 한마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낯설었지만, 어느새 어른이었다.

 

시소년의 ‘낯설었다, 어른이었다’는 청춘을 지나온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보다 열두 곡의 노랫말로 남겨놓으며, 서툴렀던 시간 역시 자신의 삶이었다고 이야기하는 한 편의 음악적 기록이다.

 

 

앨범 정보: 멜론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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