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를 잠시 멈춰”…권은비 ‘DEJAVU’, 반복되는 일상 밖으로 떠나는 여름

리드미컬한 베이스·경쾌한 기타로 완성한 디스코 팝…낯설지만 익숙한 설렘 속 권은비의 새로운 서머 무드

 

제이앤엠뉴스 | 어지러운 책상 앞에서 커피를 연달아 마시며 하루를 버티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권은비의 ‘DEJAVU’는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되는 노래다.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산뜻한 디스코 팝 트랙으로,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경쾌한 기타 사운드 위에 권은비의 보컬을 얹었다.

 

제목은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의미하는 ‘데자뷔(Déjà vu)’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곡이 그리고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일보다 처음 마주한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감정에 가깝다.

책상에서 바다로…공간이 바뀌자 하루도 달라진다

 

‘DEJAVU’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노래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다.

처음 등장하는 것은 어지러운 책상이다.

여유 없이 채워진 일정과 바쁜 하루, 반복해서 마시는 커피가 이어진다.

현대인의 평범한 하루를 압축해놓은 듯한 풍경이다.

그런 일상을 잠시 멈추자 노래의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가 등장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햇빛과 달빛 아래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춤을 춘다.

현실의 책상에서 상상 속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은 ‘DEJAVU’가 가진 가장 선명한 이미지다.

거창한 여행계획도 필요하지 않다.

음악을 틀고 눈을 감는 순간부터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빈틈없는 ‘타임라인’에 들어온 하나의 하이라이트

곡에는 ‘여백 없는 타임라인’이라는 이미지도 등장한다.

해야 할 일과 약속, 연락과 일정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여백은 어느 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쉬고 있으면서도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DEJAVU’는 그런 하루에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바꿔놓는다.

그래서 이 노래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떠나는지가 아니다.

평소와 똑같았을 하루가 어떤 사람과 어떤 감정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장면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권은비와 잘 어울리는 ‘여름’이라는 계절

권은비에게 여름은 이제 꽤 익숙한 이미지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청량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가 여름이라는 계절과 자연스럽게 맞물려왔다.

‘DEJAVU’ 역시 이러한 이미지를 이어가지만 강한 퍼포먼스나 뜨거운 여름의 열기만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오히려 산뜻하다.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곡의 중심을 잡고 경쾌한 기타가 여름의 질감을 더한다. 그 위를 권은비의 보컬이 가볍게 이동하면서 음악 전체에 여유를 만든다.

곡이 그리는 여름 역시 한낮의 뜨거운 해변에만 머물지 않는다.

햇빛에서 달빛으로 이어지고 바다와 바람, 달콤한 칵테일과 춤이 한 장면 안에 겹쳐진다.

한여름의 하루를 빠르게 편집한 짧은 로드무비를 보는 듯한 구성이다.

 

처음인데 왜 이렇게 익숙할까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처음 찾아간 장소인데 이상하게 편안할 때도 있다.

어떤 음악은 처음 들었는데도 이미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노래처럼 마음에 들어오기도 한다.

‘DEJAVU’가 포착하는 것은 이러한 설명하기 어려운 친숙함이다.

 

머리로 이유를 찾기 전에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낯선 사람과 장소가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고, 평범했던 하루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으로 바뀐다.

그래서 데자뷔라는 단어가 이 노래에서는 불안하거나 기묘한 현상이 아니라 설렘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특별한 하루는 멀리 있지 않을지도

‘DEJAVU’가 이야기하는 일상 탈출은 삶 전체를 바꾸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다.

내일이 되면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하고 일정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잠깐 불어온 바람과 좋아하는 음악, 누군가와 함께했던 순간 하나가 평범했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음악을 듣는 이유도 비슷하다.

일상을 영원히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다른 장면을 만나기 위해서다.

권은비의 ‘DEJAVU’는 그 짧은 틈을 여름의 리듬으로 만들어낸다.

 

반복되는 하루에서 잠깐 빠져나왔을 뿐인데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순간처럼 느껴지는 것.

처음인데도 그립고, 낯선데도 익숙한 그 감정이 ‘DEJAVU’가 남기는 여름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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