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래를 ‘듣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숏폼과 알고리즘이 바꾼 음악 소비…이제 신곡은 귀보다 화면에서 먼저 발견된다

 

제이앤엠뉴스 |  음악을 처음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거나 음반을 구입하고, 음악방송이나 음원차트를 통해 새로운 곡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플레이리스트와 추천 알고리즘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주요 통로가 됐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변화하고 있다. 노래를 찾아 듣기 전에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짧은 영상 속에서 음악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음악이 반드시 콘텐츠의 주인공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춤을 추는 영상일 수도 있고 여행 영상이나 먹방, 패션, 운동, 일상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영상을 보다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 초의 음악을 기억하고, 이후에야 곡의 제목과 가수를 찾아본다.

과거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콘텐츠를 찾았다면 이제는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발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한 곡보다 먼저 소비되는 '몇 초'

이러한 변화는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숏폼 콘텐츠에서는 한 곡 전체가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수십 초, 때로는 몇 초에 불과한 특정 구간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강렬한 후렴구나 기억하기 쉬운 가사 한 줄, 춤을 만들기 좋은 리듬, 영상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순간이 하나의 콘텐츠처럼 독립해 소비된다.

 

한 곡 안에서도 어떤 부분이 숏폼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기억되는 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음악산업에서는 곡을 발표한 뒤 뮤직비디오 한 편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프로모션이 끝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 구간을 활용한 짧은 영상, 퍼포먼스 영상, 챌린지, 라이브 클립 등 하나의 음원을 여러 형태의 시각 콘텐츠로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노래 한 곡이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였던 시대에서, 하나의 노래가 수십 개의 콘텐츠로 분화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노래를 알고 있다

더 흥미로운 현상은 사람들이 곡 전체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도 그 노래를 알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숏폼에서 같은 음악의 특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자연스럽게 멜로디와 가사를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곡의 제목이나 가수는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과거의 음악 소비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가수와 노래를 인지한 뒤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음악의 일부를 먼저 기억한 뒤 그 음악의 정체를 나중에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노래는 음원차트보다 밈이나 챌린지로 먼저 알려지고, 어떤 가수는 자신의 이름보다 특정 영상에 사용된 목소리로 먼저 대중에게 도달한다.

음악의 '인지'와 '감상'의 순서가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뮤직비디오의 역할도 달라졌다

뮤직비디오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 뮤직비디오는 한 곡의 이야기를 몇 분 동안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각 콘텐츠였다. 가수의 콘셉트와 곡의 서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작품에 가까웠다.

물론 지금도 뮤직비디오의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하나의 긴 영상만으로 음악을 홍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생겼다.

 

뮤직비디오의 특정 장면이 쇼츠로 잘라지고, 안무의 일부가 챌린지가 되고, 라이브 영상의 한 소절이 다시 SNS에서 확산된다. 심지어 공식 콘텐츠보다 이용자가 만든 영상에서 음악이 먼저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의 영상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았느냐뿐 아니라,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영상 속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가 됐다.

 

좋은 음악만으로 발견되기 어려운 이유

이러한 환경은 음악가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음악을 발표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그만큼 매일 공개되는 음악의 수도 많아졌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면 들어볼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그래서 음악의 경쟁력뿐 아니라 음악을 발견하게 만드는 콘텐츠의 경쟁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신인이나 인디 아티스트에게 이러한 변화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는 이름 자체가 음악을 들어보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에게는 대중이 노래를 처음 클릭하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하다.

짧은 영상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송이나 대규모 광고가 필요했던 노출의 일부를 이제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 하나가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악은 짧아져야 할까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할 부분도 있다.

숏폼에서 성공하기 위해 모든 음악이 몇 초 안에 강한 자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음악 자체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는 발라드도 있고 긴 연주를 통해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도 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들리지만 여러 번 들으며 좋아지는 곡도 있다.

 

모든 음악이 처음 10초 안에 청자를 붙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숏폼은 음악 그 자체라기보다 음악을 발견하게 만드는 새로운 입구에 가깝다. 입구가 짧아졌다고 해서 음악까지 반드시 짧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짧은 콘텐츠를 통해 들어온 사람이 결국 한 곡 전체를 듣게 만들 수 있느냐다.

 

이제 음악은 귀에만 도착하지 않는다

음악산업은 오랫동안 좋은 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좋은 멜로디와 가사, 좋은 가창과 연주가 음악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좋은 음악이 사람에게 도달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졌다.

누군가는 이어폰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지만, 누군가는 춤추는 사람의 영상에서 발견하고, 여행 영상의 배경음악이나 우연히 넘기던 쇼츠의 몇 초에서 처음 만난다.

 

그래서 오늘날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도 하나 더 늘었다.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가'와 함께 '이 음악을 사람들은 어디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래를 듣는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우리는 노래를 듣기 전에 먼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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