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신곡인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리메이크·샘플링·뉴트로가 넘쳐나는 음원시장…우리는 새로운 음악보다 ‘새롭게 포장된 익숙함’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이앤엠뉴스 |  최근 음원시장을 살펴보면 오래전 사랑받았던 노래가 다시 등장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과거의 히트곡을 새로운 가수가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부터 원곡의 일부를 활용하는 샘플링, 오래된 음악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뉴트로까지 과거의 음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현재의 음원시장에 돌아오고 있다.

 

물론 과거의 음악을 다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시대마다 리메이크는 존재했고, 음악은 이전 세대의 장르와 스타일을 끊임없이 계승하며 발전해왔다. 좋은 노래가 새로운 목소리를 만나 또 다른 생명력을 얻는다는 점에서도 리메이크는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그 빈도와 산업적인 배경이다.

 

매일 수많은 신곡이 쏟아지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새로운 노래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많은 제작비와 홍보비를 투입한 신곡이 아무런 반응 없이 사라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제목이나 멜로디를 기억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과거 해당 노래를 들었던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수도 있다. 여기에 현재 인기 있는 가수의 목소리와 새로운 편곡을 더하면 기존 청취자와 새로운 세대를 동시에 겨냥할 가능성도 생긴다.

 

음악적으로는 재해석이지만 산업적으로 보면 이미 시장에서 한 차례 검증된 콘텐츠 IP를 다시 활용하는 셈이다.

플랫폼 환경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용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음악은 클릭과 재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과거의 노래가 숏폼이나 방송을 통해 다시 주목받으면 원곡과 리메이크가 함께 소비되기도 한다.

결국 제작자에게 과거의 히트곡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문제는 음악시장이 지나치게 안전한 선택만을 반복할 때 발생한다.

 

새로운 음악은 처음에는 낯설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명곡이라고 부르는 노래들 역시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누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신곡이었다.

익숙함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검증된 멜로디와 과거의 히트곡만 반복해서 선택한다면 새로운 음악이 대중에게 익숙해질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리메이크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좋은 노래를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소개하고, 원곡과 전혀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리메이크는 또 하나의 창작이 될 수 있다. 샘플링과 뉴트로 역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를 사용하는 것과 과거에 의존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오래된 음악을 현재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인지, 이미 성공했던 기억에 기대 위험을 피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같은 리메이크도 의미는 달라진다.

 

음원 플랫폼의 ‘NEW’ 목록에는 오늘도 새로운 노래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중 하나를 재생한 순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잠깐, 나 이 노래 어디서 들어봤는데?”

새로운 음악을 찾는 시장과 실패하지 않을 음악을 찾는 산업 사이에서, 오늘의 음원시장은 어쩌면 계속해서 ‘새로운 익숙함’을 생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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