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도시의 ‘두뇌’가 된다…정부, 원주·천안아산·새만금·광주서 K-AI 시티 실험

도시지능센터부터 로봇·자율주행까지 하나의 AI 체계로 연결…한국형 미래도시 모델 해외 수출도 추진

 

제이앤엠뉴스 | 인공지능이 건축과 교통, 도시계획을 넘어 도시 전체를 운영하는 단계로 확장된다. 정부가 원주와 천안·아산, 새만금, 광주를 중심으로 실제 도시공간에 AI와 로봇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향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한국형 미래도시 모델로 육성한다.

 

국토교통부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AI 시티 실행전략’을 공개했다. 목표는 단순히 첨단기술이 집약된 도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에서 AI를 활용하면서 국내 관련 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국가대표 도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를 개별 서비스가 아닌 도시를 움직이는 하나의 운영체계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AI 시티 인프라는 도시지능센터를 ‘두뇌’, 도시 곳곳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신경망’, 로봇과 자율주행차, 지능형 시설물을 ‘신체’에 비유하는 구조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AI가 이를 활용해 판단하면, 현실 공간에 구축된 시설과 로봇 등이 실제 서비스를 수행하는 형태다. 기존 스마트시티가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도시 운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확장되는 셈이다.

시민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도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도시 분야와 AI를 결합한 ‘AI시티+X 서비스’를 발굴하고 민간기업 공모를 통해 새로운 국토교통 AI 서비스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 영역에서는 건축행정 AI와 도시계획 AI 등 생활과 행정에 밀접한 분야를 우선 대상으로 삼는다.

도시가 AI를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5극3특 권역을 중심으로 기존 도시운영 시설을 도시지능센터로 고도화하고, 건축물 자체가 다양한 피지컬 AI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빌딩’ 확산을 추진한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이 실제 도시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지능형 시설물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AI 시티의 발전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 기술로드맵을 수립하고 데이터 표준화와 정제·가공 기술, 도시 에이전트 플랫폼 등 관련 연구개발도 병행한다.

계획에 머물지 않고 실제 도시를 실험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범사업도 진행된다.

원주와 천안·아산은 기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민간 테스트베드형’ AI 특화 시범도시로 조성된다.

 

새만금과 광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AI와 로봇 기술의 활용을 고려하는 ‘모델도시형’으로 추진된다. 이미 형성된 도시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과 처음부터 AI 활용을 전제로 도시를 만드는 방식을 동시에 실험하는 것이다.

 

AI 시티가 실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함께 사업화와 인재 양성에 참여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지방정부와 기술기업을 연결하는 ‘AI·스마트도시 솔루션 마켓’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을 해외 도시개발 시장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별 솔루션 하나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기반시설과 AI 서비스를 묶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수출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해외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K-City Network 사업을 AI 시티 중심으로 확장하는 한편 현지 협력센터도 늘릴 예정이다. 한국에서 구축한 도시 운영 경험 자체를 하나의 수출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AI가 도시 전체로 확장될수록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제도와 시민의 신뢰다. 교통과 건축, 행정 등 도시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활용하게 되면 데이터 관리와 책임 범위, 안전성 등 새로운 문제도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술 개발과 함께 법·제도 정비를 핵심 과제로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스마트도시법’을 ‘인공지능·스마트도시법’으로 개편하고 인공지능도시와 도시데이터 등의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AI 특화 시범도시 지정과 지원, 규제 특례를 위한 근거도 마련한다.

데이터 관리와 AI 위험 대응, 시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도시운영 규정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술을 실제 도시에 적용하기 전에 기술실증과 공간계획 관련 규제를 검토하는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결국 K-AI 시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첨단기술을 도시에 설치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시민들이 편리함과 안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K-AI시티의 성패는 얼마나 발전된 기술을 보여주느냐보다, 그 기술이 도시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국민의 삶을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꾸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안에서 시작된 AI가 자동차와 로봇을 거쳐 이제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원주와 천안·아산, 새만금, 광주에서 시작될 실험이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실제 도시 모델로 자리 잡고, 나아가 한국의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K-AI 시티 전략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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