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블루스로…‘The Blues of Reading Gaol’

레딩 감옥에서 AI 시대까지 이어진 ‘진실’에 대한 질문…시대의 편견과 예술가의 자유를 노래하다

 

제이앤엠뉴스 | 한 시대가 예술가에게 죄라고 규정했던 것은 시간이 흐른 뒤 어떻게 기억될까.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작품에서 출발해 예술과 자유, 그리고 진실의 의미를 오늘의 시대로 가져온다.

웅산의 ‘The Blues of Reading Gaol’은 그가 직접 만든 자작곡으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삶과 그의 작품 ‘The Ballad of Reading Gaol’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블루스 곡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 등을 남긴 19세기 대표 작가다. 화려한 문체와 날카로운 풍자로 당대 영국 사회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동성 간 관계가 범죄로 처벌되던 시대적 환경 속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그가 수감됐던 곳 가운데 하나가 영국의 레딩 감옥(Reading Gaol)이었다. 출소 이후 발표한 장시 ‘The Ballad of Reading Gaol’에는 감옥에서 목격한 죽음과 인간의 고통, 형벌과 사회에 대한 시선이 담겼다.

 

웅산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과거의 이야기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The Blues of Reading Gaol’은 한 개인의 진실과 정체성을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시대의 규범과 권력이 예술가의 삶과 자유를 어디까지 억압할 수 있는지를 음악을 통해 되묻는다.

 

이를 표현하는 장르로 선택한 것이 블루스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블루스는 오랜 시간 상실과 고통, 억압과 삶의 애환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발전해왔다. 웅산은 오스카 와일드가 겪었던 고립과 상처를 블루스의 정서 안으로 옮기면서도, 그가 남긴 예술은 결국 시대의 감옥을 넘어 살아남았다는 메시지를 함께 담아낸다.

 

곡의 시선은 여기에서 다시 현재로 이동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이미지와 목소리, 글과 음악까지 인공적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된 시대에서 ‘진짜’라는 개념 역시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는 문제를 넘어 인간이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는가의 문제까지 확장된다.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간의 표현과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예술가의 경험과 정체성, 창작의 진정성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도 새로운 질문으로 남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오스카 와일드가 살았던 시대와 AI 시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면서도 ‘진실을 누가 규정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사회의 규범과 제도가 개인의 삶을 판단했다면, 오늘날에는 기술과 정보 환경까지 인간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웅산은 이에 대한 정답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블루스라는 오래된 음악적 언어를 통해 질문을 남긴다. 한때 사회로부터 외면받았던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시 노래함으로써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자유와 예술의 가치에 시선을 돌린다.

 

19세기 레딩 감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21세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이어진다. 시대는 변하고 진실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지만,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인간의 진실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The Blues of Reading Gaol’은 오스카 와일드라는 한 예술가의 비극적인 삶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를 블루스로 다시 불러내 오늘의 청자에게 건네면서, 예술이 시대의 판단을 넘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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