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래를 잘하는 것과 목소리가 좋은 것은 같은 말일까

좋은 발성·매력적인 음색·음악적 표현력은 서로 다른 능력…‘고음을 잘 내면 노래를 잘한다’는 오래된 가창력의 기준을 다시 묻다

 

제이앤엠뉴스 | “저 가수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무엇을 보고 ‘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높은 음을 시원하게 내서일 수도 있고, 음정이 정확해서일 수도 있다. 첫 소절부터 귀를 잡아끄는 독특한 목소리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은 노래를 불러도 가사의 감정을 유난히 잘 전달하는 가수에게도 우리는 ‘노래를 잘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같은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래에는 소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발성 능력, 그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음색, 그리고 곡의 구조와 가사를 이해해 자신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음악적 해석과 표현력이 함께 작용한다.

좋은 가창을 이야기하려면 이 세 가지를 한 번쯤 나눠볼 필요가 있다.

 

발성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발성은 목소리를 음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술과 관련된다.

호흡과 성대의 작용을 조절하고 음정과 음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필요한 음역에서 원하는 소리를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능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라이브에서는 이러한 기본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녹음에서는 여러 차례의 테이크와 편집을 거칠 수 있지만 공연에서는 한 번의 호흡으로 음악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성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음악적으로 훌륭한 노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확한 음정과 안정적인 호흡으로 노래하면서도 듣는 사람에게 별다른 감정을 전달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전통적인 발성 기준에서는 다소 거칠거나 불안정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발성은 노래를 구현하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음악의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좋은 음색은 ‘기술’과 조금 다르다

음색은 같은 높이와 크기의 소리라도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특성을 말한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맑고, 어떤 사람은 거칠다. 따뜻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차갑거나 날카롭게 느껴지는 목소리도 있다.

대중음악에서는 이 차이가 상당한 경쟁력이 된다.

 

몇 초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난 가수가 존재하더라도 특정한 음색을 완전히 대신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좋은 음색’에는 절대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가 다른 사람에게는 답답하게 들릴 수 있고, 깨끗한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칠고 불완전한 질감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음색은 ‘좋고 나쁨’보다는 얼마나 개성이 있으며 음악과 잘 어울리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래는 결국 ‘무엇을 표현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같은 음정, 같은 박자, 같은 가사를 불러도 가수마다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단어를 강조할 것인지, 어디에서 힘을 빼고 어디에서 감정을 밀어붙일 것인지, 프레이즈를 어디까지 이어갈 것인지에 따라 같은 곡의 인상이 달라진다.

 

박자를 정확히 지키는 것과 리듬을 이해하는 것도 완전히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악보에 적힌 박자를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으면서도 음악의 흐름이 경직될 수 있고, 반대로 미세하게 앞뒤를 조절하면서 곡의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가수도 있다.

 

감정 표현 역시 단순히 울먹이거나 크게 소리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슬픈 노래를 오히려 담담하게 부르는 것이 더 큰 슬픔을 만들 수도 있고, 한 문장의 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만으로 곡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노래는 단순한 ‘소리 내기’에서 해석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높은 음을 낸다고 반드시 노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창력을 이야기할 때 오랫동안 빠지지 않았던 기준 가운데 하나가 고음이다.

특히 발라드와 록 발라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시기에는 후반부의 폭발적인 고음이 곡의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높은 음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능력은 ‘가창력’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물론 고음은 분명 기술이다.

 

높은 음역에서도 음정을 유지하고 필요한 음량과 음색을 만들어내려면 상당한 발성 능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음은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표현 수단 가운데 하나다.

높은 음을 낼 수 있다는 사실과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

 

노래에 필요하지 않은 고음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음을 성공시키더라도 음악적인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넓은 음역을 사용하지 않는 노래에서도 리듬과 프레이징, 음색, 가사의 전달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높은 음을 냈는가’보다 *왜 그 소리가 그 순간에 필요했는가’에 가깝다.

 

완벽한 발성이 오히려 개성을 지울 수도 있다

대중음악에서는 흥미로운 역설도 존재한다.

기술적으로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질 법한 특징이 오히려 한 가수의 개성이 되기도 한다.

거친 호흡, 독특한 비음, 약간의 쉰 소리, 특정한 발음이나 발성 습관이 대표적이다.

모든 가수가 동일한 발성적 기준을 향해 목소리를 교정한다면 기술적인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서로의 목소리가 닮아갈 가능성도 있다.

 

대중음악은 성악 경연이나 발성 시험이 아니다.

청자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가장 모범적인 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잘못된 발성 습관을 무조건 개성으로 포장할 수도 없다.

지속적으로 목소리에 무리를 주는 방식이라면 장기간 공연하고 녹음해야 하는 직업 가수에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발성에서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정답을 만드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표현을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음색이 좋아도 모든 노래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떤 장르에서나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음색은 록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이지만 섬세한 발라드에서는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부드럽고 섬세한 목소리가 어쿠스틱 음악에서는 강점이 되지만 강한 밴드 사운드에서는 쉽게 묻힐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듀싱에서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찾는 것만큼 ‘이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키를 결정하고 편곡을 만들며 악기의 주파수와 보컬의 공간을 조정하는 과정도 결국 그 목소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가수와 곡 사이에도 궁합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좋은 가창은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발성, 음색, 음악적 표현력은 서로 완전히 독립된 요소는 아니다.

발성 기술이 좋아지면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고, 자신의 음색을 이해하면 어떤 방식으로 노래해야 장점이 살아나는지 알 수 있다.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가수라면 기술을 과시하는 대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뛰어난 가창은 어느 한 요소의 최대치라기보다 세 요소가 음악 안에서 적절하게 만나는 지점에 가까울 수 있다.

발성은 ‘어떻게 소리를 낼 것인가’를 결정하고, 음색은 ‘누구의 소리인가’를 알려주며, 음악적 해석은 ‘그 소리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세 가지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노래를 잘한다’는 한마디 안에는 사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능력이 섞여 있다.

어쩌면 가창력을 이야기할 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높은 음을 내는지를 비교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좋은 가수는 반드시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사람도, 가장 교과서적인 소리를 내는 사람도 아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한 곡이 가진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

결국 노래의 기술이 향해야 하는 곳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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