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美 공화·민주 의원 연쇄 면담…왜 외교장관은 의회를 먼저 찾았나

해거티·조던·믹스 잇달아 만나 JFS 이행 지원 요청…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내다본 ‘의회 외교’

 

제이앤엠뉴스 | 한미 외교가 정부 대 정부의 협의를 넘어 미국 의회를 향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을 각각 만나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정세 등을 논의했다.

 

공화당 소속인 해거티 의원과 조던 위원장, 민주당 소속 믹스 의원을 같은 날 연이어 만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조 장관은 약 7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그러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주 앉기에 앞서 의회 인사들과 먼저 접촉하며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JFS) 이행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JFS가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미국 의회가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상 간 합의 이후에는 ‘이행’이 남는다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곧바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세 문제를 비롯해 원자력과 안보 분야의 협력 등 다양한 사안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 역시 올해 들어 미국 측과 JFS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조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농축·재처리 분야와 핵추진 잠수함 협력 등 원자력 관련 후속 논의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정상 간 합의가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라면 이후에는 세부 정책과 제도, 예산과 사업을 현실에서 작동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구조에서는 이 과정에서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 장관이 이번 방미에서 미 의회에 JFS 이행을 위한 지원을 직접 요청한 배경도 이와 연결된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함께 만난 이유

이번 일정에서는 미국의 정치적 변화 가능성도 고려한 모습이 나타난다.

해거티 의원과 조던 위원장은 공화당 소속이고, 믹스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다.

특정 정당과의 관계에 집중하기보다 양당 의원을 모두 만나 한미관계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려는 행보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해거티 의원은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테네시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원을 포함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던 위원장은 양국 현안을 상호 신뢰에 기반해 관리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미관계가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믹스 의원은 한반도 평화 구축과 국제사회의 여러 도전에 양국이 함께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회 내 초당적 지지를 기반으로 협력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각 의원이 강조한 부분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미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통된 입장이 확인된 셈이다.

 

테네시의 한국 기업이 외교 현안에 등장한 이유

해거티 의원이 지역구인 테네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직접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늘날 한미 경제관계는 단순한 수출입을 넘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시설, 고용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확대될수록 미국 내 특정 지역과 한국 경제의 이해관계 역시 촘촘하게 연결된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해당 지역에서 일자리와 산업으로 이어진다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도 한미 경제협력은 외교정책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양국 경제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와 접점을 넓혀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도 워싱턴의 행정부만 상대하는 외교보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지역의 의원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질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바라본 요청

조 장관은 이번 면담에서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한미동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요청했다.

이 발언에는 미국 정치 일정이라는 변수가 반영돼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의 구성과 정치적 역학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와 관계없이 한미관계의 주요 현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당적 지지’가 외교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맹관계가 어느 한 정당이나 특정 행정부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양당과 지속적인 접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루비오 회담 앞두고 진행된 ‘사전 외교’

조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간 경제·안보 현안을 비롯해 한반도와 국제정세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대미 투자 관련 발표 일정이 늦어진 데 대해 한미 간 이견보다는 국내 절차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JFS에 포함된 후속 협의도 가급적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방미 일정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한 차례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의회 인사들과 먼저 접촉하고 행정부와 현안을 협의한 뒤 미국의 정책·여론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여러 층위의 외교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동맹도 결국 ‘관리’가 필요하다

동맹이라는 표현은 흔히 국가 사이의 단단하고 고정된 관계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 외교에서는 정부가 바뀌고 의회의 구성이 달라지며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제정세 역시 계속 변한다.

때문에 동맹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이다.

 

정상 간 합의가 있었다면 이를 실제 정책으로 옮겨야 하고, 행정부와 합의했다면 의회와도 필요한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지역경제의 연결 역시 외교의 또 다른 기반이 될 수 있다.

조현 장관이 이번 워싱턴 일정 첫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차례로 만난 것도 이러한 다층적인 외교의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진 합의를 현실의 정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외교의 무대는 백악관과 국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의회 역시 한미관계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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