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상처받았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된다…‘new trick’

사랑에 무너진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유쾌한 반격…가라지 펑크 에너지와 ‘Shot on iPhone’으로 확장한 로제의 새로운 얼굴

 

제이앤엠뉴스 | 사랑에 상처받은 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울 수도 있고, 떠난 사람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로제(ROSÉ)는 조금 다른 방법을 꺼냈다.

 

상처받았다면 바닥에 떨어진 마음을 다시 주워 들고, 닫힌 문이 있다면 또 다른 문을 열어버리는 것이다.

18일 공개된 로제의 신곡 ‘new trick’은 삶과 사랑이 남긴 상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는 태도를 담은 곡이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설명하기보다 ‘나에게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장난스럽고 자신감 넘치는 선언으로 바꿨다.

 

이별했지만 이번에는 울고만 있지 않는다

‘new trick’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로제의 중요한 소재다.

사랑은 영원할 것처럼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사람은 그 뒤에 남겨진 감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곡에서 중요한 것은 상처 그 자체보다 그다음 행동이다.

 

화자는 무너진 자신의 마음을 다시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집에 틀어박혀 있던 하루를 새벽까지 이어지는 외출로 바꾸고,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처럼 만들어버린다.

완전히 괜찮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은 아니다.

 

오히려 아직 상처가 존재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의 다음 행동까지 결정하게 두지 않겠다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제목인 ‘new trick’은 단순한 재치 있는 표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삶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던질 때마다 그것을 빠져나갈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태도다.

 

‘극복’이라는 무거운 말을 장난스럽게 바꿨다

흥미로운 부분은 곡이 회복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겠다는 메시지는 자칫 무겁거나 교훈적으로 들릴 수 있다.

‘new trick’은 반대로 간다.

 

문을 걷어차는 듯한 이미지와 감탄사, 반복적인 후렴을 사용하면서 슬픔을 하나의 유쾌한 반격으로 전환한다.

‘나는 상처를 극복했다’고 선언하기보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게, 지켜봐”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가라지 펑크의 거칠고 빠른 에너지도 이러한 태도와 맞물린다.

 

매끈하게 정돈된 감정보다 조금은 충동적이고 자유롭게 앞으로 튀어나가는 힘을 음악 자체가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곡에서 회복은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상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다르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과거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회복법은 없다.

 

‘new trick’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번의 방법으로 모든 상처를 해결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면 자신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실패하거나 상처받았다는 사실보다 다시 움직일 방법을 계속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해진다.

곡 후반부에서 닫힌 문을 다시 열어버리는 이미지는 이러한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한쪽 문이 닫혔다고 해서 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APT.’ 에이미 알렌과 다시 만난 로제

제작진의 조합도 눈에 띈다.

이번 곡에는 로제와 함께 ‘APT.’를 작업했던 송라이터 에이미 알렌이 다시 참여했다. 로제의 ‘stay a little longer’에서 호흡을 맞췄던 앤드류 웰스도 합류했으며 세 사람이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APT.’가 반복적인 훅과 즉각적인 에너지를 통해 글로벌 대중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팝의 힘을 보여줬다면, ‘new trick’ 역시 복잡한 설명보다 명확한 캐릭터와 반복적인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정서는 다르다.

이번에는 사랑의 실패와 회복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펑크와 팝의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입혔다.

로제는 최근 영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곡을 에이미 알렌과 함께 만든 작업 가운데 특히 귀엽고 즐거운 결과물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첫 솔로 정규앨범 ‘rosie’ 이후 자신의 다음 음악적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얼굴을 꺼내놓은 셈이다.

 

뮤직비디오 전체를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new trick’은 음악 밖에서도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뮤직비디오는 애플의 ‘Shot on iPhone’ 캠페인과 함께 제작됐으며 전편을 iPhone 18 Pro로 촬영했다.

연출은 세계적인 뮤직비디오 감독 데이브 마이어스가 맡았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고 해서 단순하거나 작은 규모의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팝스타와 유명 감독이 최신 스마트폰을 제작 도구로 선택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글로벌 뮤직비디오로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캠페인의 핵심이 된다.

과거 스마트폰 광고가 제품의 카메라 성능을 숫자와 기능으로 설명했다면 최근에는 실제 창작물을 통해 기술을 보여주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로제의 음악은 애플의 카메라 기술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되고, 반대로 애플이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브랜드는 로제의 신곡을 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된다.

 

음악과 광고의 경계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늘날 음악 마케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신곡을 발표한 뒤 가수가 특정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new trick’에서는 음악과 브랜드 캠페인이 처음부터 하나의 콘텐츠로 설계됐다.

노래가 있고 광고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 자체가 ‘Shot on iPhone’ 프로젝트다.

 

애플은 앞서 레이디 가가, 올리비아 로드리고, 위켄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같은 방식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에는 그 흐름에 한국에서 출발해 글로벌 팝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제가 합류했다.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활동 역시 단순히 해외 음원차트에 진입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와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는 단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제가 꺼낸 ‘다음 한 수’

‘new trick’은 거대한 인생의 해답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처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사랑은 끝날 수 있고 꿈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으며, 때로는 자신이 바라던 문이 눈앞에서 닫힐 수도 있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로제는 그 태도를 무겁게 ‘회복’이라고 부르는 대신 훨씬 장난스럽게 표현한다.

‘new trick’.

이번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다음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그 가벼운 태도야말로 역설적으로 이 곡이 상처를 대하는 가장 단단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닫힌 문 앞에서 오래 서 있기보다 또 다른 문을 걷어차고 나가는 것. 로제의 새로운 ‘트릭’은 상처받지 않는 기술이 아니라, 상처받고도 다시 움직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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