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사랑 노래에는 자주 ‘영원’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 언제까지나 함께하겠다는 다짐은 오랫동안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익숙한 언어였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밴드 크르르의 ‘나의 여름에게’는 오히려 그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사랑을 시작한다.
곡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내일을 염려하기보다 지금을 사랑하는 것.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면서도 두 사람의 앞날이 언제나 지금보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푸른 하늘을 약속할 수도 없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
상대가 미소를 잃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 지금 이 순간 서로를 품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태도가 체념이나 불안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사랑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한다.
언젠가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막연한 약속보다 오늘 곁에 있겠다는 선택이 중요해지고, 영원을 이야기하는 대신 두 사람이 앞으로 써 내려갈 순간들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남는다.
‘나의 여름에게’에서 여름은 그래서 단순한 계절적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쏟아지는 햇살과 푸른 하늘, 스쳐 지나가는 향기처럼 곡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붙잡아둘 수 없는 순간들이다.
여름 역시 영원하지 않다.
아무리 눈부신 계절도 결국 지나가고, 뜨거웠던 공기와 길었던 낮은 어느 순간 다음 계절에 자리를 내준다.
그런데 어쩌면 그래서 여름의 한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사랑 역시 비슷하다.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소중해질 수 있다.
곡의 화자 역시 처음부터 사랑에 자신 있던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자신의 경계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세계를 꿈꾸기 시작한다.
여기서 사랑은 완성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사건이라기보다,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경계 밖으로 한 걸음 나가는 변화에 가깝다.
두 사람을 계속 어긋나게 만들었던 시간 역시 결국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엇갈렸던 시간은 오히려 지금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미루고 망설이는 동안에도 시간은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여름에게’의 고백은 거창하지 않다.
완벽한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도,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는 선언도 없다.
그 대신 ‘모르겠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지금의 행복이 얼마나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서로가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미래를 장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뜻 낭만적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관계에서 누구도 영원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사람의 마음도 변할 수 있고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몇 년 뒤의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에서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재다.
오늘 연락하는 것, 오늘 만나러 가는 것, 오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오늘 그 사람의 곁에 남는 것.
그런 하루들이 쌓여 결과적으로 긴 시간이 된다.
크르르의 ‘나의 여름에게’는 그래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오히려 영원을 확신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사랑을 더 소중하게 바라본다.
여름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여름이 끝난다고 해서 그 계절에 있었던 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내일의 하늘이 오늘보다 더 푸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하늘을 미리 약속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크르르가 ‘나의 여름에게’에서 말하는 사랑은 어쩌면 바로 그 순간에 있다.
영원을 약속하는 것보다 오늘을 함께 사랑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