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가수가 녹음을 마쳤다. 보컬과 악기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믹싱도 끝났다. 완성된 음악처럼 들린다.
그런데 음원은 아직 발매되지 않는다.
마지막 과정이 하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링(Mastering)’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마스터링은 익숙하면서 낯선 단어다. 앨범 크레딧에서 ‘Mastered by’라는 문장을 본 적은 있어도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제이앤엠뉴스는 현업에서 음원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우리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기 직전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물었다.
Q. 믹싱까지 끝났다면 사실상 노래가 완성된 것 아닌가요?
“음악적으로는 거의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스터링은 그 음악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완성된 믹스가 실제 청취 환경에서도 의도대로 들릴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는 믹싱과 마스터링의 차이를 ‘안쪽과 바깥쪽’에 비유했다.
믹싱 엔지니어가 보컬을 조금 앞으로 보내거나 드럼과 베이스의 관계를 조절하는 등 곡 내부의 요소를 다룬다면,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그렇게 만들어진 전체 결과물을 하나의 음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마스터링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나요?
“음색의 균형을 조정할 수도 있고 다이내믹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음압과 피크도 확인합니다. 앨범이라면 곡마다 지나치게 소리가 크거나 작게 느껴지지 않는지, 서로 다른 곡이 하나의 앨범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도 봅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것은 ‘많이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믹스라면 손댈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마스터링을 했는데 엄청나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믹스가 이미 좋다면 그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좋은 판단일 수도 있어요.”
Q. 일반인은 마스터링 전과 후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항상 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같은 볼륨에서 비교해보면 저음이 조금 더 정돈됐다거나, 보컬이 답답하지 않게 들린다거나, 전체적인 소리가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같은 볼륨’이다.
사람은 대체로 조금 더 큰 소리를 더 선명하고 좋은 소리라고 느끼기 쉽다. 마스터링 전후를 비교하면서 한쪽의 음량이 더 크다면 실제 음질 차이보다 단순한 볼륨 차이를 ‘좋아졌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Q. 그러면 크게 들리는 음원이 좋은 마스터링이라는 말도 틀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필요한 수준의 라우드니스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크게 만드는 게 목표가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음압을 계속 높이면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차이가 줄어든다. 처음에는 강하고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음악이 가진 다이내믹과 여백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른바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가 오랫동안 음반 제작 현장에서 논쟁이 된 이유다.
CD와 음원 다운로드가 중심이던 시기에는 다른 음악보다 조금이라도 크게 들리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Q. 유튜브나 음원 플랫폼에서 음악을 들으면 플랫폼마다 느낌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가요?
“가능합니다. 서비스마다 사용하는 인코딩 방식이나 재생 환경이 다를 수 있고, 라우드니스 정규화 방식도 동일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용자가 설정한 음질이나 기기, 이어폰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깁니다.”
여기서 라우드니스 정규화가 중요해진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나치게 큰 음원이 다른 곡보다 압도적으로 크게 재생되지 않도록 재생 음량을 조정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마스터 단계에서 음압을 극단적으로 높였다고 해서 실제 이용자의 이어폰에서도 반드시 다른 곡보다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압을 확보하기 위해 희생했던 다이내믹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몇 LUFS로 만들면 무조건 정답이다’라고 접근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음악의 장르와 편곡, 목적이 먼저입니다.”
Q. 그렇다면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 각각 다른 마스터를 만들어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좋은 마스터가 여러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재생되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목적이나 유통 형태에 따라 별도의 버전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기술적인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음악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록 음악과 어쿠스틱 발라드가 같은 다이내믹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고, 클럽에서 강하게 재생되는 것을 목표로 만든 음악과 조용한 공간에서 듣는 음악 역시 같은 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Q. 작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가 가장 좋은 스피커인가요?
“좋은 모니터링 시스템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듣고 있는 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입니다.”
수천만 원짜리 스피커라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피커가 놓인 공간의 음향 특성이 좋지 않다면 저음이나 특정 주파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 스튜디오에서는 모니터 스피커뿐 아니라 룸 어쿠스틱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실제 청취자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기도 하고, 자동차에서 듣기도 하며, 저가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고급 헤드폰으로 듣기도 한다.
Q. 모든 기기에서 완벽하게 들리는 음원을 만들 수 있나요?
그는 잠시 웃었다.
“완벽하게 똑같이 들리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죠.”
스마트폰의 작은 스피커와 대형 스튜디오 모니터가 동일한 저음을 재생할 수는 없다.
마스터링의 목적은 모든 기기에서 같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크게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데 가깝다는 설명이다.
Q. 그런데 요즘에는 AI 마스터링 서비스도 많습니다. 엔지니어의 일이 사라질 수도 있을까요?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까지 정리해주는 도구는 계속 좋아질 겁니다. 특히 예산이 작은 작업이나 데모에서는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마스터링을 단순한 수치 보정으로만 보면 인간 엔지니어가 하는 일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곡에서 저음을 조금 더 남길 것인지, 보컬의 질감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다이내믹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하나의 숫자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소리’가 아니라 그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청자에게 도착해야 하는가에 있다.
Q. 좋은 마스터링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요?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스터링 때문에 음악이 들리는 게 아니라 음악이 잘 들리게 하는 것이죠.”
좋은 마스터링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 않는다.
청자는 베이스가 몇 dB 조정됐는지 알 필요가 없고 리미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알 필요가 없다.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했을 때 목소리와 악기가 자연스럽게 들리면 된다.
그래서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작업에는 조금 묘한 역설이 있다.
결과가 좋을수록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청자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재생하는 수많은 음악은 가수와 작곡가, 연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녹음하고 편집하고 믹싱한 뒤 마지막으로 그 음악이 세상 밖에서 어떻게 들릴지를 점검하는 사람까지 거쳐 비로소 하나의 음원이 된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가장 단순하다.
‘얼마나 크게 들리는가’가 아니라 ‘이 음악이 가진 것을 얼마나 잘 들려줄 것인가.’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마스터링 엔지니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