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왜 녹음실에서 잘 부른 한 번을 그대로 음원에 쓰지 않을까

한 소절씩 다른 테이크를 골라 하나의 보컬을 만드는 ‘컴핑’…우리가 듣는 3분의 노래는 정말 한 번에 부른 목소리일까

 

제이앤엠뉴스 | 이어폰으로 듣는 한 곡의 노래를 떠올려보자.

첫 소절부터 마지막 고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숨을 쉬고, 감정이 커지고, 후렴에서 폭발한 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수가 녹음실에서 그렇게 한 번 노래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음반 제작 현장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첫 번째 소절은 세 번째 테이크, 다음 문장은 다섯 번째 테이크, 후렴의 고음은 일곱 번째 테이크에서 가져왔을 수도 있다. 심지어 한 문장 안에서도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다른 녹음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번 녹음한 테이크 가운데 좋은 부분을 선택해 하나의 최종 보컬 트랙으로 만드는 작업을 일반적으로 ‘컴핑(Comping)’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가수가 노래를 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잘 부른 한 번을 고르면 되는 것 아닐까.

 

녹음에서 말하는 ‘좋은 테이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정이 정확한 테이크가 가장 감정적인 테이크라는 보장은 없고, 고음을 완벽하게 낸 테이크의 앞부분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같은 가수가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불러도 결과는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테이크에서는 첫 단어의 발음이 좋고, 다른 테이크에서는 호흡이 자연스럽다. 또 다른 테이크에서는 음정이 조금 흔들렸지만 이상할 정도로 감정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

 

프로듀서와 보컬 디렉터, 엔지니어는 그 차이를 듣는다.

그래서 녹음은 단순히 ‘틀리지 않을 때까지 다시 부르는 과정’과는 다르다.

같은 부분을 여러 번 부르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러 개의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수에게 한 곡 전체를 여러 차례 부르게 한 뒤 가장 좋은 테이크를 중심으로 작업하기도 하고, 벌스와 후렴을 나눠 녹음하기도 한다. 특정 문장이나 단어만 다시 녹음하는 이른바 펀치 녹음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후 각각의 녹음을 비교하면서 최종 보컬을 만들어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문제가 생긴다.

 

각각 가장 잘 부른 부분만 모으면 가장 좋은 노래가 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노래에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벌스에서는 담담하게 시작했던 사람이 후렴으로 갈수록 감정이 커지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다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각 구간에서 단순히 가장 강렬한 테이크만 골라 붙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 과도하게 유지되거나, 앞뒤의 호흡과 목소리 질감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컴핑에는 ‘최고의 조각’을 찾는 것뿐 아니라 그 조각들을 연결했을 때 한 사람이 하나의 감정으로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게 만드는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기술적으로 조금 덜 완벽한 테이크가 선택된다.

음정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려도 그 순간의 감정이 좋다면 남길 수 있고, 호흡 소리가 들려도 노래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지우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고음을 시원하게 냈더라도 앞뒤의 정서와 맞지 않으면 다른 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다.

음반에서 ‘완벽함’은 모든 음을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만드는 것과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면 또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여러 번 부른 노래를 잘라 붙였다면 우리가 듣는 감정은 가짜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영화를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쉽다.

배우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연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 속 감정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장면도 여러 차례 촬영하고 서로 다른 앵글과 테이크를 편집해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한다.

 

음반 녹음 역시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라이브 공연이 특정한 순간에 실제로 일어난 연속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스튜디오 음원은 수많은 선택과 편집을 거쳐 가장 적절한 형태로 남기는 기록에 가깝다.

둘은 서로 다른 예술적 조건을 가진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경계에 대한 질문은 더욱 복잡해졌다.

오늘날 녹음에서는 컴핑뿐 아니라 피치 보정, 타이밍 수정, 노이즈 제거와 각종 편집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제작이고 어디부터가 지나친 보정인지에 대한 논쟁도 생긴다.

 

특히 음원에서 구현된 가창과 실제 라이브 사이에 지나치게 큰 차이가 발생한다면 청자는 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컴핑 자체를 가수가 노래를 못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보는 것도 실제 제작과는 거리가 있다.

뛰어난 보컬리스트 역시 여러 테이크를 녹음한다.

 

잘 부를 수 있는 능력과 어떤 표현을 최종 작품에 남길 것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은 가수일수록 같은 한 문장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해 제작진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첫 번째에는 힘을 빼고, 다음에는 조금 더 거칠게, 또 다른 테이크에서는 발음을 길게 끌거나 리듬을 미세하게 뒤로 밀 수 있다.

 

녹음실에서 반복은 실패의 흔적만이 아니다.

해석의 가능성을 늘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녹음이 끝난 뒤에도 보컬 제작은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파형 가운데 어느 순간을 남길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듣게 될 가수의 호흡과 감정, 심지어 한 단어의 뉘앙스까지 달라질 수 있다.

청자는 완성된 노래 한 곡을 듣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같은 노래의 다른 순간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최종 음원에 들어가지 않은 채 사라진다.

 

어쩌면 스튜디오 녹음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수가 한 번에 얼마나 완벽하게 불렀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테이크 가운데 어떤 순간을 남겼을 때 이 노래가 가장 이 노래답게 들리는가.

그 선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우리가 듣는 한 줄의 보컬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순간의 조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음악의 감정을 가짜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조각을 고르는 것까지 음반 제작의 일부다.

라이브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순간을 기록하는 음악이라면, 스튜디오 음원은 수많은 순간 가운데 무엇을 영원히 남길 것인지 선택하는 음악이다.

 

다음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한 번쯤 상상해봐도 재미있겠다.

지금 듣고 있는 이 한마디는, 가수가 몇 번째로 불렀던 순간일까.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