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보면 수천 장, 많게는 수만 장의 사진이 쌓여 있다.
오늘 먹은 음식, 길에서 본 풍경, 반려동물의 표정, 친구들과의 만남, 여행지의 순간은 물론 나중에 다시 보려고 저장한 화면까지 모두 사진첩으로 들어간다.
사진을 찍는 일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필름이 몇 장 남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신중하게 셔터를 누를 이유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으면 되고 저장 공간이 부족하면 클라우드에 옮길 수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인류 역사상 자신의 일상을 가장 많이 기록하는 세대가 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진은 수만 장인데 정작 다시 보는 사진은 몇 장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사진부터 남긴다. 공연장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다.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로운 사진이 매일 수십 장씩 쌓이면서 어제 찍은 사진은 금세 사진첩 아래로 밀려난다.
몇 년 전 사진을 다시 찾아보려면 끝없이 화면을 내려야 한다.
예전의 사진은 귀했다.
필름 한 통에 담을 수 있는 장수가 정해져 있었고 인화에도 비용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사진 몇 장, 여행사진 몇 장을 앨범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반복해서 보곤 했다.
사진의 수는 적었지만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금보다 길었다.
물론 사진이 많아진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라면 남지 않았을 평범한 순간까지 기록할 수 있게 됐고, 오래전 일상을 언제든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준 분명한 장점이다.
문제는 기록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기억이 깊어지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그 순간을 기억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었으니 기억해두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수만 장의 사진 가운데 정말 소중한 사진 한 장을 찾기 위해 한참을 화면을 내려야 하는 시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과거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가끔은 새로운 사진을 한 장 더 찍는 것만큼 이미 찍어둔 사진 한 장을 천천히 다시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기록이 많다고 추억까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3만 장인데 우리가 다시 꺼내보는 추억은 몇 장이나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