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곡을 완성했을 때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발매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시작이더라고요.”
한 곡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곡을 쓰고 편곡한다. 보컬과 악기를 녹음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친다. 앨범 커버를 만들고 음원 유통을 준비한다.
몇 달 동안 준비한 노래가 마침내 음원 플랫폼에 공개되는 순간 뮤지션에게는 하나의 작업이 끝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음악시장에서 ‘발매’와 ‘발견’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음원이 플랫폼에 등록됐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 그 노래를 들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앤엠뉴스는 특정 인물의 실제 발언을 인용하는 대신, 인디뮤지션이 음원 발매 이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의 대표적인 고민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좋은 노래를 만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A.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만 기다리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는 계속 새로운 음악이 공급된다. 유명 아티스트의 신곡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의 음악까지 같은 화면 안에서 경쟁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존재 자체를 모르면 들을 방법이 없다.
과거에는 방송이나 음반매장, 라디오처럼 음악을 발견하는 통로가 비교적 분명했다면 지금은 음원 플랫폼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SNS, 숏폼, 공연 등 발견 경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음악의 완성도와 음악이 발견될 가능성은 서로 다른 문제가 됐다.
Q. 그렇다면 발매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A. 결국 사람들에게 ‘이 노래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알려야 한다.
뮤지션의 SNS에 신곡 발매 소식을 올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이미 해당 뮤지션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만 소식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로운 청취자를 만나려면 기존 팬의 범위를 넘어가야 한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거나 라이브 클립을 공개하고, 숏폼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공연에서 노래를 들려주고 음악 관련 채널이나 미디어에 자료를 보내기도 한다.
하나의 음원을 발매했는데 그 노래를 알리기 위해 또 다른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Q. 요즘은 숏폼을 꼭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A. 음악을 발견하는 중요한 통로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분명하다.
노래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전에 짧은 영상에서 특정 구간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후렴이나 인상적인 한 소절이 짧은 영상과 결합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이후 원곡을 찾아 듣는 흐름도 생긴다.
하지만 모든 음악이 숏폼에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는 발라드나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음악도 있다.
결국 뮤지션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내 음악을 어떻게 15초 안에 설명할 것인가.’
음악을 숏폼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 음악의 일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숏폼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다.
Q.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까.
A. 새로운 청취자와 만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청취자는 항상 특정 가수의 이름을 검색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다.
운전할 때 듣는 음악, 공부할 때 듣는 음악, 새벽에 듣는 발라드처럼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기도 한다.
이때 처음 보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아티스트를 먼저 알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먼저 듣고 아티스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인디뮤지션에게 이런 발견은 특히 중요하다.
문제는 모든 신곡이 원하는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플레이리스트 역시 수많은 음악이 경쟁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Q. 광고를 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A. 광고는 노출을 만들 수 있지만 노출이 곧 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돈을 사용하면 일정한 수의 사람에게 음악이나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영상을 봤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음 노래까지 찾아 듣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의 클릭을 반복 청취로 만들고, 반복 청취를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활동 규모가 작은 뮤지션에게 광고비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음원 제작비와 녹음비, 믹싱·마스터링 비용, 앨범아트와 영상 제작비를 지출한 뒤 다시 홍보비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만드는 비용과 음악을 알리는 비용이 별도로 필요한 구조다.
Q. 공연은 여전히 중요한가.
A. 디지털 시대에도 공연은 다른 방식의 역할을 한다.
온라인에서는 노래 한 곡을 몇 초 듣다가 바로 다른 음악으로 넘어갈 수 있다.
공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관객은 한 공간에서 뮤지션의 목소리와 연주, 이야기, 표정을 함께 경험한다.
음원 한 곡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 음악을 만든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공연 역시 비용과 관객 모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공연을 한다고 자동으로 새로운 관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공연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다시 필요하다.
Q. 결국 음악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
A.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홍보는 사람들이 음악을 처음 만날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음악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반대로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음악의 완성도가 ‘다시 듣고 싶은 이유’를 만든다면 유통과 홍보는 ‘처음 들어볼 기회’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 그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이제 별개의 능력이 됐다.
Q. 그렇다면 지금의 인디뮤지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A. 음악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일 수 있다.
곡을 쓰는 사람이어야 하고, 때로는 영상 제작자여야 한다.
SNS를 운영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공연을 기획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데이터도 확인해야 한다.
음악을 만드는 능력만으로 활동하기 어려워지면서 한 명의 뮤지션이 작은 미디어 회사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는 분명 새로운 기회도 있다.
과거처럼 방송사나 대형 기획사의 선택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음악을 직접 공개하고 세계의 청취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이 넓어진 만큼 그 문을 통과하는 음악도 많아졌다.
누구나 발매할 수 있는 시대는 역설적으로 누구나 발견되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의 인디뮤지션에게 음원 발매일은 결승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만든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지만 동시에 그 노래가 수많은 음악 사이에서 자신의 청취자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첫날이기도 하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노래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반드시 찾아와주는 시대는 아니다.
음악의 품질은 사람들이 다시 듣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듣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한 번이라도 들려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인디뮤지션들이 마주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떻게 좋은 음악을 만들 것인가’ 다음에 찾아온 이것인지도 모른다.
“이 좋은 노래를, 사람들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