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지금 탁재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능청스러운 표정,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던지는 한마디, 상대의 말을 받아치는 순발력.
오랜 시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탓에 지금의 대중에게 탁재훈은 가수보다 방송인이라는 이미지가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연예계 출발점은 음악이었다.
탁재훈은 1995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고 이후 신정환과 컨츄리꼬꼬를 결성하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컨츄리꼬꼬 활동 이후에는 S.Papa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를 지운 채 발라드에 다시 도전했다.
한 사람의 음악 인생 안에 솔로 가수와 댄스 듀오, 발라드 가수가 모두 존재하는 셈이다.
그래서 탁재훈의 음악을 다시 듣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서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다시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탁재훈 - 내가 선택한 길
1995년 발표된 탁재훈의 솔로 데뷔곡.
지금의 탁재훈만 알고 있는 세대에게 들려주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노래다.
컨츄리꼬꼬도, 예능인 탁재훈도 만들어지기 전이다.
특히 이 곡을 다시 들어보면 탁재훈이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코믹한 음악만을 해왔던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훗날 본인 역시 방송에서 자신의 데뷔곡 제목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고 직접 이야기했을 만큼 그의 음악 경력에서 출발점에 해당하는 곡이다.
화려하게 성공한 데뷔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제목처럼 이후 탁재훈이 걸어가게 될 예상하기 어려운 연예계의 ‘길’이 여기서 시작됐다.
컨츄리꼬꼬 - 오! 해피
탁재훈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
솔로 가수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1998년 신정환과 컨츄리꼬꼬를 결성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컨츄리꼬꼬의 음악은 심각하지 않았다.
신나는 리듬과 쉽게 기억되는 멜로디, 두 사람의 장난스러운 캐릭터가 한데 섞였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 탁재훈의 ‘웃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동시에 웃겼다.
훗날 예능에서 폭발하게 되는 탁재훈 특유의 캐릭터가 음악 안에서도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
컨츄리꼬꼬 - 오! 가니
컨츄리꼬꼬의 음악적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곡이다.
흥겨운 분위기와 코믹한 퍼포먼스 때문에 가창 자체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기도 했지만, 탁재훈은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만 담당하는 멤버는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컨츄리꼬꼬 음악에서 상당히 중요한 중심을 담당했다.
특히 탁재훈 특유의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힘을 과도하게 주지 않는 창법은 빠른 음악에서도 쉽게 구별된다.
노래가 유쾌했기 때문에 가창력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이다.
컨츄리꼬꼬 - Gimme! Gimme!
컨츄리꼬꼬가 가지고 있던 대중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처음 들어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멜로디와 반복적인 후렴, 무대에서 더욱 살아나는 에너지가 특징이다.
당시 컨츄리꼬꼬는 단순히 음원을 듣는 그룹이라기보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상황까지 함께 소비되는 팀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경험은 훗날 탁재훈이 예능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도 묘하게 연결된다.
노래와 캐릭터를 분리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능력이다.
컨츄리꼬꼬 - 어이해
흥겨움만 기억한다면 컨츄리꼬꼬의 음악은 모두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곡을 이어서 들어보면 탁재훈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다양한 정서를 오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익살스러운 표현 안에서도 멜로디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때로는 코믹한 캐릭터와 예상외로 진지한 목소리 사이에서 묘한 대비를 만든다.
이런 간극은 훗날 S.Papa로 이어졌을 때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컨츄리꼬꼬 - 콩가
2002년 발표된 컨츄리꼬꼬 후기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
신나는 리듬과 두 사람 특유의 캐릭터가 여전히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서 탁재훈은 다시 혼자 노래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컨츄리꼬꼬의 연장선 같은 음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알고 있던 ‘탁재훈’을 지우려고 했다.
S.Papa - 참 다행이야
탁재훈의 음악을 다시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곡은 아마 ‘참 다행이야’일 것이다.
2004년 발표된 S.Papa의 정규앨범 ‘Rebeginning Story’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은 어쿠스틱 발라드와 미디엄 템포의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참 다행이야’가 대표곡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탁재훈은 자신의 이름 대신 S.Papa를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컨츄리꼬꼬를 통해 만들어진 코믹한 이미지가 진지한 발라드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서정적인 노래를 들으면 청자가 감정에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참 다행이야’를 지금 다시 들으면 그 선택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컨츄리꼬꼬의 무대에서 장난스럽게 웃던 탁재훈의 모습을 지우고 목소리만 남겨놓으면 전혀 다른 가수가 나타난다.
절제된 저음에서 시작해 감정이 올라갈수록 거칠어지는 음색은 정통 발라드와 꽤 잘 어울린다.
특히 감정을 지나치게 꾸미기보다 담담하게 시작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밀도를 높이는 방식에서 탁재훈의 보컬이 가진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S.Papa - 애증
‘참 다행이야’만 듣고 S.Papa를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이유다.
S.Papa의 ‘Rebeginning Story’는 한 곡만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기보다 탁재훈이 자신에게 씌워진 이미지를 걷어내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에 가까웠다.
‘애증’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가진 쓸쓸한 질감이 살아난다.
탁재훈의 보컬은 맑고 깨끗한 유형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약간 거칠고 생활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사랑과 이별처럼 이미 수없이 노래된 감정을 표현할 때 오히려 지나치게 예쁘지 않은 목소리가 힘을 발휘한다.
S.Papa - 사랑했다
‘Rebeginning Story’에서 함께 들어볼 만한 또 다른 곡.
윤일상이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S.Papa 시절 탁재훈이 보여주고 싶었던 발라드 가수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컨츄리꼬꼬에서는 음악과 웃음이 한 몸이었다면 S.Papa에서는 의도적으로 웃음을 걷어냈다.
그 차이를 비교해서 듣는 것도 탁재훈의 음악을 다시 듣는 재미다.
같은 목소리인데 어떤 이미지와 음악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수처럼 들린다.
탁재훈의 음악 경력은 조금 특이하다.
솔로 가수로 출발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컨츄리꼬꼬라는 코믹 댄스 듀오로 전성기를 맞았다.
그 성공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너무 강해지자 이번에는 이름까지 S.Papa로 바꾸고 발라드를 불렀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가수라는 사실보다 예능인이라는 정체성이 훨씬 강하게 남았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 다시 탁재훈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웃긴 사람인데 노래도 잘한다’는 순서가 아니다.
원래 노래하던 사람이었고, 노래하면서 웃겼으며, 결국 너무 잘 웃기는 바람에 사람들이 가수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것에 가깝다.
‘내가 선택한 길’의 무명 솔로 가수, ‘오! 해피’와 ‘오! 가니’를 부르던 컨츄리꼬꼬의 탁재훈,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참 다행이야’를 불렀던 S.Papa.
서로 전혀 다른 세 명의 가수처럼 보이지만 모두 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큐레이션의 마지막에는 ‘참 다행이야’를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화면을 보지 말고, 탁재훈이라는 이름도 잠시 잊고 목소리만 들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 자주 만나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이 다시 들린다.
가수 탁재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