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면 교육비도 줄어야 하나…50년 된 ‘교육교부금 공식’ 바꾸자 교육감들 반발

정부, 내국세 20.79% 연동제 폐지 추진…교육감들 “학교 신설·특수교육 등 비용은 학생 수와 비례해 줄지 않아”

 

제이앤엠뉴스 |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육에 필요한 돈도 같은 비율로 줄어들까.

정부가 50년 넘게 이어져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기로 하면서 이 질문이 교육재정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조용식 울산광역시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연동된다.

세수가 증가하면 교육교부금도 늘어나고 세수가 감소하면 교부금 역시 영향을 받는 구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이러한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일부를 반영해 다음 해 교부금을 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산식에서는 학령인구 변화율의 35%가 반영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교육환경 변화를 재정에 반영하는 동시에 경제성장과 물가 등을 고려해 교부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기존 방식에서는 세수 상황에 따라 교부금이 크게 증감해 시·도교육청이 장기적인 재정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측 문제의식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율을 전부 반영하지 않고 35%만 적용하는 이유 역시 교직원 인건비 등 학생 수와 관계없이 필요한 경직성 지출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감소할 경우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는 장치도 개편안에 포함됐다.

교육감들의 시각은 다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과 학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용식 교육감은 교육청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교부금이 줄어들면 그 충격이 학교와 학생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이 감소하는 지역이 있는 동시에 신도시에서는 새로운 학교를 지어야 한다.

 

농어촌에서는 학생 수가 적더라도 지역의 교육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학생 100명이 다니던 학교의 학생이 80명으로 줄었다고 교장과 교사, 급식시설, 냉난방비와 건물 유지비까지 정확히 20%씩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교육계 반발의 핵심 논리다.

여기에 유보통합과 학생맞춤형통합지원, 특수교육, 학교급식 등 새로운 교육정책과 법정 의무에 필요한 인력과 재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후 교육시설 문제도 있다.

조 교육감은 울산에 건축된 지 40년을 넘긴 학교가 70곳 이상 있고 급식 노동자 등 학교 구성원의 근무환경 개선 역시 남아 있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수가 증가한 시기에 확보되는 재원을 단순한 여유재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후시설과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바라보는 문제는 반대편에 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세수와 일정 비율로 자동 연동되는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다.

또 초·중등교육뿐 아니라 영유아 교육·보육과 고등·평생교육 등 생애 전 단계에서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개편의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는 교부금 산식 개편으로 기존 연동 방식과 차이가 발생하는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에 투입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교육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히 ‘교육예산을 줄이느냐 마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쪽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한정된 국가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보고, 다른 쪽에서는 학생 한 명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학교 유지비가 학생 수에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 감소를 재정 축소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편 과정의 절차도 쟁점이다.

 

조 교육감은 50년 넘게 유지된 제도를 변경하면서 충분한 교육공동체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보다 긴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도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산식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증가하는 교육 수요 등을 충분히 반영할 보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육감들과의 면담에서 교육재정의 방향과 대안을 충분히 논의하고 당 차원의 토론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산식이 실제 시·도교육청의 중장기 재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정부가 제시한 보전장치가 학교 현장의 경직성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개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이 교육 분야 안에서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생 수는 숫자로 정확하게 감소하지만 학교와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인구구조가 크게 달라졌는데 50년 전 만들어진 재정 배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검토할 문제다.

결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의 핵심은 ‘교육에 돈을 얼마나 쓸 것인가’만이 아니다.

 

줄어드는 학생과 줄지 않는 교육 수요 사이에서 앞으로 국가의 교육재정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 국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