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사랑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헤어지던 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 왜 붙잡지 않았을까. 왜 상대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미 떠나간 사람에게 더 이상 전할 수 없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기도 한다.
가수 윤여규가 신곡 ‘죄’를 통해 바로 그 순간을 노래한다.
‘죄’는 떠나간 사랑을 붙잡지 못한 한 남자의 죄책감과 후회를 담은 록 발라드다. 곡을 소개하는 문장 역시 “지키지 못한 사랑, 그 묵직한 업(業)에 대하여”다.
여기서 말하는 ‘죄’는 실제 잘못을 의미하기보다 사랑이 끝난 뒤 화자가 스스로에게 내린 감정적인 판결에 가깝다.
곡 속 화자는 떠나간 사람의 뒷모습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면 작아져야 할 것 같았던 기억은 오히려 마음 한편에서 점점 커지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평범한 순간에도 과거의 상처가 되돌아온다.
특히 화자가 기억하는 것은 자신의 슬픔만이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안겨 흘렸던 눈물과 상처까지 뒤늦게 되돌아본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붙잡지 못했던 것과 떠나보냈던 것을 ‘죄’라고 부르며 용서를 구한다.
이 지점에서 ‘죄’는 일반적인 이별 노래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떠난 사람을 원망하거나 다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는 대신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다. 관계가 끝난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기보다 자신이 하지 못했던 행동을 되짚는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후회는 더욱 무겁다.
음악적인 구성 역시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따라간다.
곡은 덤덤하게 내뱉듯 절제된 벌스(Verse)로 시작한 뒤 후렴에서 감정을 크게 터뜨리는 구조를 취한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거칠고 직접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섬세한 절제와 강한 고음을 오가는 윤여규의 보컬이 더해졌다.
이는 곡의 공식적인 음악적 특징이다.
그 구조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효과는 더욱 흥미롭다. 처음부터 울부짖는 대신 감정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후렴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참아왔던 후회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들린다.
특히 반복되는 “사랑해”와 “날 용서해”라는 고백은 사랑의 표현인 동시에 이미 너무 늦어버린 사과처럼 기능한다.
상대가 곁에 있을 때 해야 했던 말을 상대가 떠난 뒤에야 반복한다는 점에서다.
윤여규의 목소리 역시 이러한 감정선과 맞물린다.

데뷔곡 ‘AFTER’를 통해 강렬한 록 보컬을 들려줬던 윤여규는 이번 곡에서 처음부터 자신의 성량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감정을 눌러 전달하다가 곡이 고조될수록 특유의 날카롭고 거친 보컬을 드러낸다.
그래서 ‘죄’에서 높은 음은 단순히 가창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들린다.
사운드 역시 지나치게 매끈하게 정돈하기보다는 얼터너티브 록의 거친 질감을 살렸다. 사랑과 이별을 아름답게 회상하기보다 정리되지 않은 후회와 자책을 그대로 남겨두려는 곡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이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동시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
헤어진 순간에는 몰랐던 상대의 마음을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뒤 이해하기도 하고, 그제야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깨달음이 늦게 찾아왔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후회는 사과할 상대조차 사라진 뒤에도 계속 남는다.
윤여규의 ‘죄’가 노래하는 것도 바로 그런 사랑이다.
떠나간 사람을 붙잡지 못한 죄.
사랑하면서도 지키지 못한 죄.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사랑한다고 말하게 된 사람의 뒤늦은 고백이다.
실제로 사랑이 끝난 것이 죄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했던 사람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면, 사람은 때때로 아무도 자신을 벌하지 않는데도 스스로에게 오랫동안 죄를 묻는다.
윤여규의 ‘죄’는 그 마음을 거칠게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늦게 도착한 한마디를 끝까지 붙잡는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