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건 정말 고구마일까…강하 ‘고구마 속땅해’의 귀여운 반격

“꽉 막힌 건 넌데”…‘답답함의 대명사’가 된 고구마의 항변, 레게 리듬에 담아낸 편견과 고정관념

 

제이앤엠뉴스 | 답답한 드라마를 보다가 사람들은 말한다.

“완전 고구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도 ‘고구마’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고구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가수 강하(Gang Ha)의 싱글 ‘고구마 속땅해’는 바로 그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고구마 속땅해’는 사람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고구마는 답답하다’는 표현을 뒤집어 고구마가 직접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주인공은 사람도 사랑에 빠진 연인도 아니다.

고구마다.

 

곡 속 고구마는 자신을 답답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왜 자신의 달콤하고 포근한 모습은 봐주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목이 막힌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되받아치고, 자신을 천천히 바라보면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미있는 언어유희를 앞세운 노래처럼 들린다.

 

하지만 고구마의 항변을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놓으면 곡이 던지는 질문도 달라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있을까.

말수가 적으면 재미없는 사람, 행동이 느리면 답답한 사람, 표현이 서툴면 무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몇 가지 특징만으로 상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사람에게 하나의 이미지가 붙는다.

 

고구마에게 ‘답답함’이라는 이미지가 붙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고구마 속땅해’에서 재미있는 대목은 고구마가 자신의 이미지를 부정하는 방식이다.

자신이 답답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이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한다.

‘천천히 보면 알게 된다’는 곡의 메시지도 여기에서 나온다.

 

빨리 익지 않는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고, 빠르게 자신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음악은 이런 이야기를 무겁게 전달하지 않는다.

편안하게 흔들리는 레게풍 리듬 위에 반복적인 언어유희와 익살스러운 표현을 얹었다. 제목부터 ‘속상해’를 ‘속땅해’로 바꾸고, ‘sweet’, ‘slow-cook’ 같은 표현을 섞으면서 고구마라는 소재 자체를 놀이처럼 활용한다.

 

특히 후렴에서 반복되는 고구마의 억울함은 곡의 메시지를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캐릭터의 투정처럼 전달한다.

밤양갱과 붕어빵은 귀엽고 설레는 이미지로 받아들이면서 왜 자신에게만 ‘답답하다’는 역할을 주느냐는 식의 항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가사에는 다이어트나 장, 피부, 혈당 등을 언급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이는 곡 속에서 고구마가 자신의 장점을 늘어놓는 익살스러운 자기변호의 일부로 사용된다. 노래가 의학적 효능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내 장점은 빼놓고 답답하다고만 하느냐’는 캐릭터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장치에 가깝다.

 

결국 이 노래에서 중요한 것은 고구마가 정말 답답한 음식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붙여놓은 이미지 때문에 그 대상의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 데 있다.

그 질문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의미는 조금 더 커진다.

누군가를 처음 만난 몇 분, 짧은 대화 몇 마디, SNS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우리는 쉽게 그 사람을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천천히 봐야 보이는 것’이 있다.

 

강하는 이런 이야기를 거창한 교훈 대신 억울해하는 고구마 한 개에게 맡겼다.

그래서 ‘고구마 속땅해’는 편견을 버리라고 정색하며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고구마가 먼저 따진다.

왜 나만 답답하냐고.

그리고 조금 천천히 자신을 봐달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고구마 같다’고 부르던 누군가도 정말 답답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천천히 익어가는 것에는 천천히 익어가는 것만의 맛이 있다.

강하의 ‘고구마 속땅해’는 그 당연한 이야기를 가장 엉뚱하고 달콤한 방법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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