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떠나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가수 진진경(眞眞敬)이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다. 중국 틱톡을 중심으로 한국 가요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선보이며 140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아온 진진경은 프로듀싱팀 알고보니혼수상태와 손잡고 새로운 리메이크 음원을 선보인다. 조항조의 ‘고맙소’를 재해석한 데 이은 두 번째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이번에 선택한 곡은 2021년 양지은이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불러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 강을 건너지마오’다. 당시 양지은이 최종 ‘진(眞)’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대가 된 곡으로, 이후에도 여러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꾸준히 다시 불려왔다. ‘강’ 하나로 표현한 이별의 경계‘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정서는 복잡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 하고, 남겨지는 사람은 붙잡는다. 그러나 곡에서 등장하는 ‘강’이라는 공간 때문에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한 번 건너가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관계의 경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곡의 화자는 떠나는 사람에게 가지 말라고 거듭 호
제이앤엠뉴스 |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더 이상 가슴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정말 끝난 것일까. 김나영이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다시 부른다. 2004년 하림의 정규 2집 ‘Whistle In A Maze’에 수록된 이 곡은 이별 직후의 격렬한 슬픔보다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 옛사랑을 다시 마주한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노래한다. 한때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과 살아가고 있고, 자신에게도 어느새 손을 잡아주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 슬프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아프지만 다시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는 일반적인 이별 노래와 조금 다르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끝난 사랑을 비로소 보내줄 수 있게 된 순간을 노래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기억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제목만 보면 새로운 사랑이 과거의 사랑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 다른 감정이 보인다. 옛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연히 다시 마주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여전히 그 사람이 떠오른다. 달라진 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 기억을
제이앤엠뉴스 | 어지러운 책상 앞에서 커피를 연달아 마시며 하루를 버티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권은비의 ‘DEJAVU’는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되는 노래다.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산뜻한 디스코 팝 트랙으로,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경쾌한 기타 사운드 위에 권은비의 보컬을 얹었다. 제목은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의미하는 ‘데자뷔(Déjà vu)’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곡이 그리고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일보다 처음 마주한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감정에 가깝다. 책상에서 바다로…공간이 바뀌자 하루도 달라진다 ‘DEJAVU’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노래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다. 처음 등장하는 것은 어지러운 책상이다. 여유 없이 채워진 일정과 바쁜 하루, 반복해서 마시는 커피가 이어진다. 현대인의 평범한 하루를 압축해놓은 듯한 풍경이다. 그런 일상을 잠시 멈추자 노래의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가 등장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햇빛과 달빛 아래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춤을 춘다. 현실의 책상에서 상상 속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은 ‘DEJAVU’가 가진 가장 선명한 이미지다. 거창
제이앤엠뉴스 | 낮 12시쯤 일어났다. 그래도 일어난 것만으로 잘한 일이다. 물 한 잔을 마셨으니 건강도 챙겼다. 씻을까 잠시 고민하지만 오늘은 약속이 없다. 물도 아낄 겸 샤워는 내일로 미룬다. 남유정의 신곡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취업 준비와 스펙 경쟁을 다룬 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 태평하고, 백수의 일상을 그린 노래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게 마음 한쪽을 건드린다. 남유정은 자신의 모습을 한껏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힘들지 않고,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짧다. 하지만 노래가 뒤로 갈수록 웃음 사이에 숨겨놓았던 이야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에게도 사실은 걱정이 있었고, 내일이 두려웠으며,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자기소개서에는 왜 ‘빈 시간’을 설명해야 할까‘자기소개서’라는 제목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우리가 실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난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시간이다. 학교를 다니다 취업했다면 학력과 경력을 차례대로 적으면 된다. 하지만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일을 쉬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쉬었는지
제이앤엠뉴스 | “아줌마지만,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마야가 이번에는 ‘아줌마’를 노래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중년 여성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노래도,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나이를 한탄하는 노래도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향해 묻는다. “왜! 내가 챙피해?” 마야의 신곡 ‘왜! 내가 챙피해? (Feat. 선우용녀)’는 50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유머와 자기긍정으로 풀어낸 곡이다. 매달 한 곡씩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월간마야’의 신작으로, 이번에도 출발점은 마야 자신의 현재다. “오십대도 나에겐 처음이다”이번 곡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장은 노래보다 먼저 공개된 마야의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20대의 봄도 처음이었고 30대와 40대 역시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맞이한 50대도 결국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특히 중년이 되면 어느 정도 삶의 답을 알고 있어야 할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스무 살을 처음 살아봤던 것처럼 쉰 살 역시 처음 살아본다. 중년에게도 처음 겪는 변화가 있고 처음 마주하는 두려움이 있으며 아
제이앤엠뉴스 | 누군가를 잊으려고 할수록 이상하게 그 사람이 더 생각날 때가 있다. 다른 일을 해보기도 하고 잠을 청해보기도 하지만 머릿속은 계속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이제 그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장범준이 ‘월말 장범준’ 2026년 8월호로 내놓은 ‘어차피 저차피’는 바로 그 상태를 노래한다. 거창한 사건도, 복잡한 서사도 없다. 한 사람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 때문에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들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결국 내일도 다시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 노래는 그 단순한 감정 주변을 계속 맴돈다. ‘어차피’라는 말에 숨어 있는 포기와 미련제목부터 장범준답다. ‘어차피 저차피’. 우리가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말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을 때 툭 던지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노래에서는 그 말이 사랑 앞에 놓인다. 잊으려고 노력해도 생각날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보려 해도 결국 다시 떠올릴 것 같다. 그렇다면 애써 외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기에는 묘한 체념이 있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한 사람의 체념은 아
제이앤엠뉴스 | 같은 장소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가본 사람이라면 묘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리는 그대로이고 익숙했던 건물도 남아 있다. 바람의 냄새마저 비슷한 것 같은데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은 없다. 변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뿐이다. 윤종신이 2026년 ‘월간 윤종신’ Repair 8월호를 통해 다시 꺼낸 ‘해변의 추억’은 바로 그런 순간을 노래한다. 원곡은 2010년 ‘월간 윤종신’이 처음 시작됐던 해의 8월호로 발표됐다. 윤종신이 곡과 가사 모두 개인적으로 아꼈지만 당시 기대만큼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16년이 흘렀다. 윤종신은 언젠가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다시 들려주고 싶었다는 마음을 이번 Repair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로 옮겼다. 새로운 ‘해변의 추억’은 원곡을 단순히 다시 녹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랫동안 윤종신과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이근호가 편곡에 참여했고, 피아노를 중심으로 사운드를 재구성했다. 화려하게 덧붙이기보다는 오히려 덜어냈다. 그 선택은 이 노래가 품고 있는 ‘기억’이라는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공간은 기억을
제이앤엠뉴스 | 노스탈지아는 보통 지나간 시간을 향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나 오래된 음악, 기억 속에 남은 사람을 떠올릴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BIG Naughty(서동현)의 ‘노스탈지아’는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가 노래하는 노스탈지아에는 이미 지나간 기억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동경과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의 추억까지 함께 들어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단어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BIG Naughty는 이번 곡을 통해 우리가 미래를 꿈꾸며 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많은 후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후회를 반드시 지워야 할 감정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때 하지 못했던 선택과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졌고, 오히려 모르고 있었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던 시간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곡에서 후회는 실패의 흔적이라기보다 지나간 시간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에 가까워진다. 너무 빨리 꿈을 이룬 열일곱의 기억‘노스탈지아’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
제이앤엠뉴스 |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흔히 폭발적인 고음이나 넓은 음역, 정확한 테크닉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가수의 노래는 그런 기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않아도 한 문장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고, 화려한 기교가 없는데도 노래가 끝난 뒤 한동안 다음 곡을 재생하기 어려워지는 음악이 있다. 이소라의 노래가 그렇다. 그의 음악에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순간이 많지 않다. 오히려 울음을 삼키듯 노래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긴 여백을 남긴다. 그런데 바로 그 여백 때문에 듣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꺼내게 된다. 이번 제이앤엠뉴스 뮤직큐레이션은 이소라의 노래 가운데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을 품고 있는 다섯 곡을 골랐다. ‘믿음’ → ‘제발’ → ‘바람이 분다’ → ‘Track 9’ → ‘신청곡’ 사랑을 믿었던 시간에서 시작해 붙잡고 싶은 이별을 지나고, 결국 떠나간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끝에 음악 자체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순서다. 1. 믿음사랑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 이소라의 음악을 이별부터 시작하지 않고 싶었다. 모든 이별 앞에는 한때 그것이 끝나지 않을
제이앤엠뉴스 | 가수에게도 꽃이 피는 계절은 저마다 다르다. 데뷔와 동시에 이름을 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 무대를 지킨 뒤에야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사람도 있다. 마이진에게 신곡 ‘Blossom’은 그래서 조금 특별하다. 그동안 마이진을 설명해온 단어가 ‘강렬함’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편에 있던 모습을 꺼내 보인다. 힘을 잠시 내려놓고 밝고 따뜻한 목소리로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노래한다. 마이진은 ‘트롯전국체전’, ‘현역가왕’ 등 여러 경연 프로그램을 거치며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힘 있는 가창력에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더한 무대는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Blossom’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마이진의 무대를 반복하지 않는다. 밝고 경쾌한 곡의 분위기에 맞춰 퍼포먼스 역시 강한 동작보다는 사랑스럽고 경쾌한 움직임에 무게를 뒀다.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대신 미소와 따뜻한 감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마이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곡의 중심에는 ‘내 인생 꽃이 피었다’는 메시지가 자리한다. ‘비비각시’로 알려진 가수 서정아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