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사랑을 고백하는 말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다음 날의 시간을 묻고 함께 걷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충분히 드러날 수 있다. 오연하가 적재의 대표곡 ‘나랑 같이 걸을래’를 리메이크했다. 원곡이 가진 편안한 정서 위에 맑고 섬세한 보컬을 더해,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순간의 설렘을 자신의 색으로 풀어냈다. ‘나랑 같이 걸을래’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을 특별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일상 안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노래 속 화자가 원하는 것도 대단한 데이트가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날, 상대가 바쁘지 않다면 함께 산책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평범한 제안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이 노래에서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 시간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는 과정처럼 읽힌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시간을 묻고, 별과 바람을 바라보며 직접 말하지 못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 이러한 감정은 반복되는 후렴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강하게 사랑을 요구하거나 상대의
제이앤엠뉴스 | 어떤 가수의 노래는 특정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누군가를 좋아했던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걷던 거리, 헤어진 뒤 혼자 돌아오던 길처럼 음악은 때때로 기억보다 먼저 그때의 감정을 불러낸다. 성시경의 음악이 그렇다.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그의 노래에는 유난히 사랑의 여러 순간이 많이 담겨 있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설렘부터 함께하는 행복, 이별을 앞둔 망설임과 헤어진 뒤의 그리움까지. 그래서 그의 음악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오래된 연애를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화려한 퍼포먼스도, 극적인 장치도 많지 않다. 하지만 담담하게 말을 건네듯 이어지는 목소리와 일상적인 언어로 만들어진 노랫말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낡지 않는다. 사랑의 한 장면을 따라 성시경의 노래들을 다시 꺼내본다. 1. 내게 오는 길 - 사랑이 시작되기 전, 조심스럽게 성시경의 이름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초기 곡이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는 감정을 담고 있다.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확신보다 망설임에 가깝다.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알
제이앤엠뉴스 | 가수 신예영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발라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다. 신예영이 참여한 ‘나를 잊지 말아요 X MEMORY LETTER PROJECT’는 감성 리메이크 프로젝트 ‘MEMORY LETTER PROJECT’의 두 번째 트랙이다. 누군가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한 편의 노래에 담아 건넨다는 프로젝트의 취지 아래,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과 순간을 새로운 목소리로 기록한다. 이번에 선택된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1년 방영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로 발표된 허각의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면서도 자신만큼은 상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당시 드라마와 함께 큰 사랑을 받았다. 노래가 발표된 지 15년이 흐른 지금, 신예영은 원곡의 애절함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보컬을 더해 곡을 새롭게 풀어냈다. 이번 리메이크는 처음부터 감정을 크게 쏟아내기보다 절제된 흐름으로 시작한다.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네듯 곡을 이끌어가고, 후반부로 향할수록 악기와 보컬의 감정이 함께 커지면서 떠나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마음을 드러
제이앤엠뉴스 | 가수 남규리가 사랑을 시작하기 직전의 설렘과 망설임을 담은 노래로 감성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남규리의 이번 노래는 하나의 사랑 안에서 동시에 피어나는 두 가지 마음을 그린다.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들킬까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릴까 초조해지는 감정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은 때로 모순적이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먼저 고백하기는 두렵고, 한 걸음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관계가 달라질까 망설이게 된다. 곡은 이러한 감정을 거창한 사랑의 선언보다 일상적인 마음의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특히 상대에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조르는 듯한 시작은 곡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과 먼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면서 서툰 사랑 특유의 설렘을 만들어낸다. 시간과 계절을 활용한 표현도 곡의 감성을 더욱 짙게 만든다. 별빛과 아침, 눈꽃과 봄, 꽃과 같은 이미지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며, 상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평범했던 일상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을 그려낸다. 곡이 진행될수록 화자의 태도 역시 변한다. 처음에는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제이앤엠뉴스 | 가수 소수빈이 ‘포핸즈’ OST Part 2 ‘Know you, Feel you’를 통해 멀어진 관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우정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Know you, Feel you’는 한때 가장 찬란한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관계를 그린 곡이다. 곁에 있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감정만큼은 여전히 느낄 수 있다는 마음을 담았다. 곡은 감미로운 피아노와 소수빈의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화려하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지나간 시간을 천천히 되짚듯 절제된 흐름을 이어가며, 비어 있는 순간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과 멀어진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꺼내놓는다. 특히 곡의 중심에는 ‘기억’이 자리한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거리가 멀어졌더라도 함께했던 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다시 상대를 알아보고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가 곡 전체를 관통한다. 소수빈의 보컬 역시 이러한 정서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전반부에서는 힘을 덜어낸 담백한 음색으로 기억을 회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곡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감정의 폭
제이앤엠뉴스 | 떠나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가수 진진경(眞眞敬)이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다. 중국 틱톡을 중심으로 한국 가요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선보이며 140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아온 진진경은 프로듀싱팀 알고보니혼수상태와 손잡고 새로운 리메이크 음원을 선보인다. 조항조의 ‘고맙소’를 재해석한 데 이은 두 번째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이번에 선택한 곡은 2021년 양지은이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불러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 강을 건너지마오’다. 당시 양지은이 최종 ‘진(眞)’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대가 된 곡으로, 이후에도 여러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꾸준히 다시 불려왔다. ‘강’ 하나로 표현한 이별의 경계‘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정서는 복잡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 하고, 남겨지는 사람은 붙잡는다. 그러나 곡에서 등장하는 ‘강’이라는 공간 때문에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한 번 건너가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관계의 경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곡의 화자는 떠나는 사람에게 가지 말라고 거듭 호
제이앤엠뉴스 |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더 이상 가슴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정말 끝난 것일까. 김나영이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다시 부른다. 2004년 하림의 정규 2집 ‘Whistle In A Maze’에 수록된 이 곡은 이별 직후의 격렬한 슬픔보다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 옛사랑을 다시 마주한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노래한다. 한때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과 살아가고 있고, 자신에게도 어느새 손을 잡아주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 슬프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아프지만 다시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는 일반적인 이별 노래와 조금 다르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끝난 사랑을 비로소 보내줄 수 있게 된 순간을 노래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기억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제목만 보면 새로운 사랑이 과거의 사랑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 다른 감정이 보인다. 옛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연히 다시 마주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여전히 그 사람이 떠오른다. 달라진 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 기억을
제이앤엠뉴스 | 어지러운 책상 앞에서 커피를 연달아 마시며 하루를 버티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권은비의 ‘DEJAVU’는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되는 노래다.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산뜻한 디스코 팝 트랙으로,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경쾌한 기타 사운드 위에 권은비의 보컬을 얹었다. 제목은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의미하는 ‘데자뷔(Déjà vu)’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곡이 그리고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일보다 처음 마주한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감정에 가깝다. 책상에서 바다로…공간이 바뀌자 하루도 달라진다 ‘DEJAVU’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노래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다. 처음 등장하는 것은 어지러운 책상이다. 여유 없이 채워진 일정과 바쁜 하루, 반복해서 마시는 커피가 이어진다. 현대인의 평범한 하루를 압축해놓은 듯한 풍경이다. 그런 일상을 잠시 멈추자 노래의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가 등장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햇빛과 달빛 아래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춤을 춘다. 현실의 책상에서 상상 속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은 ‘DEJAVU’가 가진 가장 선명한 이미지다. 거창
제이앤엠뉴스 | 낮 12시쯤 일어났다. 그래도 일어난 것만으로 잘한 일이다. 물 한 잔을 마셨으니 건강도 챙겼다. 씻을까 잠시 고민하지만 오늘은 약속이 없다. 물도 아낄 겸 샤워는 내일로 미룬다. 남유정의 신곡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취업 준비와 스펙 경쟁을 다룬 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 태평하고, 백수의 일상을 그린 노래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게 마음 한쪽을 건드린다. 남유정은 자신의 모습을 한껏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힘들지 않고,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짧다. 하지만 노래가 뒤로 갈수록 웃음 사이에 숨겨놓았던 이야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에게도 사실은 걱정이 있었고, 내일이 두려웠으며,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자기소개서에는 왜 ‘빈 시간’을 설명해야 할까‘자기소개서’라는 제목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우리가 실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난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시간이다. 학교를 다니다 취업했다면 학력과 경력을 차례대로 적으면 된다. 하지만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일을 쉬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쉬었는지
제이앤엠뉴스 | “아줌마지만,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마야가 이번에는 ‘아줌마’를 노래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중년 여성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노래도,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나이를 한탄하는 노래도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향해 묻는다. “왜! 내가 챙피해?” 마야의 신곡 ‘왜! 내가 챙피해? (Feat. 선우용녀)’는 50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유머와 자기긍정으로 풀어낸 곡이다. 매달 한 곡씩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월간마야’의 신작으로, 이번에도 출발점은 마야 자신의 현재다. “오십대도 나에겐 처음이다”이번 곡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장은 노래보다 먼저 공개된 마야의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20대의 봄도 처음이었고 30대와 40대 역시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맞이한 50대도 결국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특히 중년이 되면 어느 정도 삶의 답을 알고 있어야 할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스무 살을 처음 살아봤던 것처럼 쉰 살 역시 처음 살아본다. 중년에게도 처음 겪는 변화가 있고 처음 마주하는 두려움이 있으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