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사랑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헤어지던 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 왜 붙잡지 않았을까. 왜 상대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미 떠나간 사람에게 더 이상 전할 수 없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기도 한다. 가수 윤여규가 신곡 ‘죄’를 통해 바로 그 순간을 노래한다. ‘죄’는 떠나간 사랑을 붙잡지 못한 한 남자의 죄책감과 후회를 담은 록 발라드다. 곡을 소개하는 문장 역시 “지키지 못한 사랑, 그 묵직한 업(業)에 대하여”다. 여기서 말하는 ‘죄’는 실제 잘못을 의미하기보다 사랑이 끝난 뒤 화자가 스스로에게 내린 감정적인 판결에 가깝다. 곡 속 화자는 떠나간 사람의 뒷모습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면 작아져야 할 것 같았던 기억은 오히려 마음 한편에서 점점 커지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평범한 순간에도 과거의 상처가 되돌아온다. 특히 화자가 기억하는 것은 자신의 슬픔만이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안겨 흘렸던 눈물과 상처까지 뒤늦게 되돌아본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붙잡지 못했던 것과 떠나보냈던 것을 ‘죄’라고 부르며 용서를 구한다. 이 지점에서 ‘죄’는 일반적인 이별 노래
제이앤엠뉴스 | 사람을 잊는 데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한 달이면 충분할 수도 있고 몇 년이 지나도 부족할 수 있다. 달력은 어김없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컬리스트 란(RAN)의 새 디지털 싱글 ‘이제는 잊혀질 때도 됐는데’는 바로 그 시간차를 노래한다. 제목부터 이미 이별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전제한다. 이제는 지워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계절을 보냈고 수많은 밤도 지나왔다. 그런데 기억 속 상대방은 희미해지기는커녕 여전히 선명하다. 그래서 이 노래의 화자는 ‘잊고 싶다’고 말하기보다 왜 아직 잊지 못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의 시간과 마음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몸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 한편은 여전히 이별했던 그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제는 잊혀질 때도 됐는데’가 그리움을 꺼내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기념일이나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우연히 듣게 된 익숙한 노래가 과거를 불러낸다. 별일 없이 지나가던 하루의 한순간에도 한 사람이 갑자기 떠오른다. 실제로 오래된 기억은 이런 방식으로 되살아날 때가 있다.
제이앤엠뉴스 | 어떤 가수는 높은 음으로 기억되고, 어떤 가수는 독특한 음색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어떤 가수는 노래에 담긴 감정 자체로 기억된다. 거미의 노래를 떠올리면 유독 이별 장면이 많다. 떠난 사람을 기다리고, 헤어진 뒤에 후회하고, 잊으려고 애쓰다가 다시 기억한다. 사랑이 끝난 다음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감정을 거미는 오랫동안 노래해왔다. 하지만 거미의 음악을 단순히 ‘슬픈 발라드’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2003년 데뷔 당시 그의 음악적 뿌리는 R&B에 가까웠다. 리듬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레이징과 짙은 음색, 강한 성량을 바탕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당시 발라드 중심 여성 보컬들과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그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라드와 드라마 OST까지 영역을 넓혔다. 장르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한 가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거미가 노래하면 이야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뮤직큐레이션에서는 20년 넘게 이어진 거미의 음악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노래들을 골랐다. 1. 그대 돌아오면거미라는 이름을 처음 대중에게 알린 데뷔곡이다. 2003년 발표된 정규 1집 ‘Like Them’에 수록된
제이앤엠뉴스 | “저 가수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무엇을 보고 ‘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높은 음을 시원하게 내서일 수도 있고, 음정이 정확해서일 수도 있다. 첫 소절부터 귀를 잡아끄는 독특한 목소리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은 노래를 불러도 가사의 감정을 유난히 잘 전달하는 가수에게도 우리는 ‘노래를 잘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같은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래에는 소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발성 능력, 그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음색, 그리고 곡의 구조와 가사를 이해해 자신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음악적 해석과 표현력이 함께 작용한다. 좋은 가창을 이야기하려면 이 세 가지를 한 번쯤 나눠볼 필요가 있다. 발성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발성은 목소리를 음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술과 관련된다. 호흡과 성대의 작용을 조절하고 음정과 음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필요한 음역에서 원하는 소리를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능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라이브에서는 이러한 기본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녹음에서는 여러 차례의 테이크와 편집을 거칠 수 있지만 공연에서는 한 번의 호흡으로 음악을 이어가야
제이앤엠뉴스 |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흔히 폭발적인 고음이나 넓은 음역, 정확한 테크닉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가수의 노래는 그런 기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않아도 한 문장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고, 화려한 기교가 없는데도 노래가 끝난 뒤 한동안 다음 곡을 재생하기 어려워지는 음악이 있다. 이소라의 노래가 그렇다. 그의 음악에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순간이 많지 않다. 오히려 울음을 삼키듯 노래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긴 여백을 남긴다. 그런데 바로 그 여백 때문에 듣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꺼내게 된다. 이번 제이앤엠뉴스 뮤직큐레이션은 이소라의 노래 가운데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을 품고 있는 다섯 곡을 골랐다. ‘믿음’ → ‘제발’ → ‘바람이 분다’ → ‘Track 9’ → ‘신청곡’ 사랑을 믿었던 시간에서 시작해 붙잡고 싶은 이별을 지나고, 결국 떠나간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끝에 음악 자체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순서다. 1. 믿음사랑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 이소라의 음악을 이별부터 시작하지 않고 싶었다. 모든 이별 앞에는 한때 그것이 끝나지 않을
제이앤엠뉴스 | 가수에게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앞으로 걸어갈 길까지 흔들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김연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신곡 ‘노래’를 발표했다. 이번 곡은 제목부터 단순하다. 하지만 김연지에게 ‘노래’라는 두 글자는 직업이나 음악 장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가수로 살아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도 결국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던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연지가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곡은 일반적인 신곡과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받은 노래에 자신의 감정을 입힌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직접 문장과 멜로디로 옮겼다. 김연지는 오랜 시간 노래해왔지만 한때 목소리를 잃으며 가수로서 큰 좌절을 겪었다.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서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흔들리고 방황해야 했다. 그 경험은 ‘노래’의 출발점이 됐다. 곡의 초반에는 자신감보다 두려움이 먼저 등장한다. 다시 잘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 노력했던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닌지, 자신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제이앤엠뉴스 | 보컬리스트 마현권이 신곡 ‘안개 속의 너’를 통해 쉽게 닿을 수 없는 꿈과 사랑, 그리고 그 끝에서 남겨지는 인간의 소망을 노래한다. ‘안개 속의 너’는 꿈과 사랑이라는 미지의 대상을 향한 마음에서 출발한 시네마틱 발라드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지만 쉽게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을 하나의 존재인 ‘너’로 형상화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안개’ 역시 곡의 정서를 관통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좀처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상처럼, 곡 속의 ‘너’는 삶에서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희망과 이상을 상징한다. 가사에서도 이러한 정서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지나간 시간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과 앞으로도 알 수 없을 이야기들을 바라보며, 화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특히 곡의 중심에는 ‘볼 수 있다면’, ‘닿을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한 바람이 자리한다. 만나지 못했음에도 끊임없이 만남을 상상하고, 언젠가 마주하게 된다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반복되면서 곡의 감정선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너’는 반드시 특정한 연인만을 의미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일
제이앤엠뉴스 | 정홍일이 첫 번째 정규앨범 ‘Your Light’를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적 서사를 집약한 작품을 선보였다. 1998년 정통 헤비메탈 밴드 활동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정홍일은 강한 사운드와 고음 중심의 록 보컬리스트로 자리해왔다. 오랜 시간 록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온 그는, 이후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점차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발표한 두 장의 EP 앨범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록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이라는 화두를 진지하게 탐색한 결과물이었다. 이는 장르에 대한 확장이자, 스스로의 음악적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싱어게인 출연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이러한 고민은 보다 현실적인 도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발라드, OST,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록 보컬리스트라는 틀을 넘어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정규앨범 ‘Your Light’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완성된 첫 번째 완결된 이야기다. ‘숨’에서 시작해 ‘빛’으로 나아가는 서사를 중심으로, 한 사람이 겪는 감정의 변화와 내면의 흐름을 음악으로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