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사랑하는 사람과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근사한 음식을 먹고, 기억에 남을 특별한 하루를 만드는 것도 사랑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오래된 사랑을 돌아보면 의외로 별일 없었던 날들이 더 많이 남는다. 날씨가 좋아 함께 걷고, 특별한 계획 없이 같은 공간에 머물고,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서로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다. 그룹 노을의 전우성이 신곡 ‘이대로만 있자’에서 노래하는 것도 그런 사랑이다. 곡은 아주 소박한 제안으로 시작한다. 원래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얼마나 중요했든 잠시 내려놓고 함께 있자고 말한다. 날씨가 좋으니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그런 하루를 보내보자고 권한다. 거창한 데이트 계획은 없다. 서두를 필요도 없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 곡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제목인 ‘이대로만 있자’도 처음에는 현재의 행복을 붙잡고 싶은 말처럼 들린다. 지금이 좋으니 굳이 무언가를 더 바라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래가 진행될수록 이 문장의 의미는 조금씩 깊어진다. 화자는 단순히 오늘 하루 함께 있자고 말하는 데서 멈추지
제이앤엠뉴스 | 사랑하는 두 사람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걸어야 할까. 한 사람은 이미 마음이 앞서 있는데 다른 사람은 아직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속도가 다르면 두 사람은 엇갈린다. 하지만 시계를 바라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시침과 분침, 초침은 한 번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초침이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분침은 조금 움직이고, 시침은 더 천천히 앞으로 간다. 그런데도 세 바늘은 같은 시계 위를 돌며 계속해서 서로를 만난다. 가수 해나(HAENA)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시, 분, 초’는 바로 이 익숙한 원리를 사랑의 언어로 바꾼 곡이다. 지난 6월 첫 디지털 싱글 ‘틀린 답만 골라’를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한 해나는 약 4개월 만에 두 번째 싱글로 돌아왔다. ‘시, 분, 초’는 묵직하면서도 에너지 있는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시간의 엇갈림과 만남을 그린다. 경쾌하게 달리는 기타 선율 위에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사람을 시곗바늘에 빗댄 것이 특징이다. 노래의 시작에서 화자는 두 사람이 그동안 수없이 스쳐 지나갔던 순간을 돌아본다. 그 모든 엇갈림이 처
제이앤엠뉴스 |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특별한 날부터 생각한다. 처음 만났던 날, 처음 마음을 확인했던 순간, 함께 떠났던 여행이나 오래 기억에 남은 기념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정말 떠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더 자주 돌아오기도 한다. 함께 밥을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당연한 듯 서로의 하루에 있었던 시간들이다. 가수 김민울의 신곡 ‘모든 게 사랑이었어’는 그런 뒤늦은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모든 게 사랑이었어’는 엠오티(M.O.T.) 레이블의 음악 프로젝트 ‘감성 모음집’의 스물여섯 번째 곡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음악으로 다시 불러낸다는 프로젝트의 취지 아래 김민울이 가창자로 참여했다. 곡은 이별 이후 혼자 남겨진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만히 있다가 문득 상대를 생각하고,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다시 눈물을 흘린다. 익숙했던 사람이 사라진 뒤 평범했던 하루마저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움의 이유도 분명하다. 상대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고 웃게 해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곁에 있을 때 화자는 그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사랑이 사라진 뒤에야
제이앤엠뉴스 |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반드시 어떤 장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일까. 가수 권미래의 ‘Home’에는 정작 집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에게 휩쓸리고, 무너질 뻔하고, 물에 잠길 것 같은 한 사람이 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잊고 있었던 것들을 뒤늦게 바라보면서도 반복해서 “So take me home”이라고 말한다. 곡의 시작부터 화자는 위태롭다. 이번에도 무너질 뻔했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이 떠난 뒤 더 이상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상대에게서 멀어지려 하지만, 그때마다 상대는 다시 찾아온다. 끝난 관계인데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특히 ‘휩쓸리다’와 ‘물에 잠기다’라는 표현이 반복되면서 사랑은 이 곡에서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흐름처럼 그려진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흐름에 몸을 맡겼지만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같은 감정은 자신을 삼킬 수도 있는 것이 된다. 상대의 말도 더 이상 온전히 믿지 못한다. 직접적인 진심 대신 돌려 말하는 상대에게 화자는 “믿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좀 뻔하잖아”라는 짧은 표현에는 그래서 체념에 가까운 감정도 묻어난다. 상
제이앤엠뉴스 | 답답한 드라마를 보다가 사람들은 말한다. “완전 고구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도 ‘고구마’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고구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가수 강하(Gang Ha)의 싱글 ‘고구마 속땅해’는 바로 그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고구마 속땅해’는 사람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고구마는 답답하다’는 표현을 뒤집어 고구마가 직접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주인공은 사람도 사랑에 빠진 연인도 아니다. 고구마다. 곡 속 고구마는 자신을 답답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왜 자신의 달콤하고 포근한 모습은 봐주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목이 막힌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되받아치고, 자신을 천천히 바라보면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미있는 언어유희를 앞세운 노래처럼 들린다. 하지만 고구마의 항변을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놓으면 곡이 던지는 질문도 달라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있을까. 말수가 적으면 재미없는 사람, 행동이 느리면 답답한 사람, 표현이 서툴면 무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몇 가지
제이앤엠뉴스 | 사랑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헤어지던 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 왜 붙잡지 않았을까. 왜 상대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미 떠나간 사람에게 더 이상 전할 수 없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기도 한다. 가수 윤여규가 신곡 ‘죄’를 통해 바로 그 순간을 노래한다. ‘죄’는 떠나간 사랑을 붙잡지 못한 한 남자의 죄책감과 후회를 담은 록 발라드다. 곡을 소개하는 문장 역시 “지키지 못한 사랑, 그 묵직한 업(業)에 대하여”다. 여기서 말하는 ‘죄’는 실제 잘못을 의미하기보다 사랑이 끝난 뒤 화자가 스스로에게 내린 감정적인 판결에 가깝다. 곡 속 화자는 떠나간 사람의 뒷모습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면 작아져야 할 것 같았던 기억은 오히려 마음 한편에서 점점 커지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평범한 순간에도 과거의 상처가 되돌아온다. 특히 화자가 기억하는 것은 자신의 슬픔만이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안겨 흘렸던 눈물과 상처까지 뒤늦게 되돌아본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붙잡지 못했던 것과 떠나보냈던 것을 ‘죄’라고 부르며 용서를 구한다. 이 지점에서 ‘죄’는 일반적인 이별 노래
제이앤엠뉴스 | 틀리지 않는 삶과 틀릴 수 있는 삶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운 삶일까. 누군가 정해놓은 올바른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넘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음율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정답처럼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선택으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곡을 관통하는 이미지는 ‘태엽’이다. 태엽을 감으면 장난감은 움직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스스로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직임의 방향과 시간은 이미 외부에서 주어진 힘에 의해 결정돼 있다. 음율은 인간의 삶을 이 태엽이 감긴 오렌지에 겹쳐 놓는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간다. 모두가 바라는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웃고, 기대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때로는 기계처럼 자신을 움직인다. 그러다 곡은 묻는다. 그것이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이었느냐고. 제목 ‘시계태엽 오렌지’는 영국 작가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1962년 발표된 이 작품 역시 자유의지와 통
제이앤엠뉴스 | 어떤 사람을 잊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일까. 익숙한 거리를 걷다가 함께 갔던 장소를 발견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문득 그 사람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예전처럼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기억은 그대로인데 그 기억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에리즈(Aries)의 ‘어떤 이야길 하고 싶은걸까’는 이처럼 이별의 기억이 아픔에서 추억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감성적인 시티팝 사운드에 담아낸 곡이다. 노래의 시작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을 느끼고 익숙한 길을 걷는다. 그러다 과거의 연인이 좋아했던 장소를 떠올린다. 이별 노래에서 흔히 등장하는 풍경이지만 에리즈는 그 기억을 붙잡거나 애써 밀어내지 않는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바라본다. 이러한 태도는 곡이 진행될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한때는 마음이 무거워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이제는 조금 가벼워졌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를 다시 걸을 수 있고, 그곳에 도착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너를 잊었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밤이 찾아오면 그 사람이 생각나고 함께했던 장소에는 여전히
제이앤엠뉴스 | 마침표는 문장이 끝났다는 표시다. 그런데 사랑에서는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서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디(Woody)와 보라가 함께한 ‘마침표’는 바로 그 모순에서 시작되는 이별 노래다. 한 편의 영화처럼 이어졌던 사랑이 끝나고 두 사람의 관계에는 분명 마침표가 찍혔다.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고 상대방에게 잘 지내라는 마지막 인사도 건넸다. 그런데 마음은 문법처럼 정확하게 끝나지 않는다. 찢어진 사진 속에서 상대방은 여전히 웃고 있고, 괜찮은 척 살아가는 화자의 하루는 사실 조금도 괜찮지 않다. ‘마침표’가 흥미로운 것은 이별을 붙잡는 노래처럼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화자는 끊임없이 끝내려고 한다.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말하고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억지로 이어붙여 온 관계를 ‘나쁜 시나리오’에 비유하면서 이제 정말 그만하자고 선언한다. 연락이 와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간 시간도 깨끗하게 잊어달라고 한다. 말만 놓고 보면 이미 이별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단호한 문장 사이로 계속 진짜 감정이 새어 나온다. 상대가 다른 사람의 품에 있는 모습을 보고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
제이앤엠뉴스 |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살아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 오래전 헤어진 친구들, 어느새 지나가버린 청춘처럼 다시 손에 넣을 수 없는 시간을 그리워할 때도 있다. 김연자의 ‘NEWNIVERSE’는 그 모든 그리움이 들어갈 자리를 남겨둔 노래다. 곡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자신은 꿈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저 별이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별은 이 노래에서 단순한 밤하늘의 풍경이 아니다. 화자와 그리운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종의 매개체다. 자신은 갈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곳까지 별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인의 이름도,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도 등장하지 않는다. 덕분에 ‘NEWNIVERSE’의 그리움은 특정한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누군가에게는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일 수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전 헤어진